코로나19 여파로 예년과 달리 대폭 축소된 환경 속에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0'이지난 5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
삼성전자는 매년 개최되는 IFA 행사에서 별도의 건물에 대형 전시장을 꾸리고 여러 신제품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원활한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기자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지난 2일 별도로 온라인 행사를 마련해 하반기 유럽 시장 전략 제품들을 선보였다.
LG전자는 IFA 행사에 불참하지는 않았지만 전시관 운영을 가상(3D)으로 진행했다. 프레스 콘퍼런스(언론간담회) 역시 가상 홀로그램의 박일평 회장이 등장, LG전자의 신제품과 비전을 소개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높아지는 홈 시네마 수요를 겨냥, 9년 만에 프로젝터 신제품 '더 프리미어'를 선보였다. 여기에 맞춤형 '비스포크' 냉장고,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그랑데 AI' 세탁기 등 라이프스타일 가전들을 내놨다. 모바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일상 속 '최상의 연결성' 제공을 위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 폰 '갤럭시Z폴드2',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탭A7', 신규 5G 스마트 폰 '갤럭시 A42 5G'등도 소개했다.
LG전자는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조성한 'LG 씽큐 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실제 공간인 씽큐 홈은 LG전자의 IFA 2020 주제인 '좋은 삶은 집에서 시작된다'를 담고 있다. 또 공기청정기 기술을 반영한 전자식 마스크 'LG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를 함께 공개했다. 지난 7월 LG전자가 국내 의료진에게 기부를 진행하면서 알려진 해당 제품은 IFA 2020에서 구체적인 사양 등이 처음 공개됐으며 연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외에도 '트루스팀'을 적용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트롬 건조기 등과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들과 차세대 먹거리인 로봇 제품들도 잇달아 선보였다.
IFA에 따르면 온라인 참가 업체 1400개 중 90%가 넘는 1000여 개가 중국 업체였다. 화웨이, TLC, 하이얼, 아너, 투야 등 중국 업체들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전시 부스를 열었다. 이들 중국 업체들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 홈 기술을 뽐내며 한국 기업들을 빠르게 쫓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유럽 투자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화웨이는 1개의 스마트 폰을 매개로 8개의 전자기기와 N개의 파트너를 연결한다는 '1+8+N' 전략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자체 플랫폼 '앱 갤러리'의 실제 사용자가 4억2000만명을 넘어섰다면서 화웨이 생태계 성장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유럽 전역에 플래그십 매장 8곳과 체험형 매장 42곳을 열겠다고 발표하며 유럽 시장에 적극적인 러브 콜을 보냈다.
중국의 TV 업체 TCL은 AI 기능을 강조한 QLED TV '프로 X10', 집안 곳곳과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IoT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매각한 LCD 생산라인을 인수한 바 있는 TCL은 종이와 같은 디스플레이용 'NXT 페이퍼', 롤러블 폰 시제품 등도 공개했다. 다른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은 오는 2023년 스마트 홈 분야 톱3을 목표로 내세우며 '하이얼 스마트 홈' 프로젝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어진 행사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현장 부스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중국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다"면서 "미국과의 갈등 여파로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새 돌파구로 삼으려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개막 기조연설은 맡은 미국의 퀄컴 사는 고성능 노트북용 칩 '2세대 스냅드래곤 8cx 5G 컴퓨터 플랫폼'과 보급형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 폰 등을 공개했다. 독일의 밀레는 AI 기술 기반 카메라가 오븐 요리 과정을 모두 제어하는 '스마트 푸드 ID'를 비롯, AI 기반 가전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IFA 주최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산업 회복 기대를 걸기 위한 방법으로 IFA 2020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시켜 오프라인 전시장은 3개 관만이 열렸고 최대 입장객 역시 750명으로 제한됐다.
이번 행사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은 입장객 자체가 워낙 적어 한산한 모습을 띄었다. 온라인 참여 업체는 1000여 곳이 넘었지만 IFA에 불참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같이 별도로 자체 온라인 행사 개최가 가능한데다 실시간 중계도 되기 때문에 반드시 IFA에 참여해야 한다는 유인 요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글로벌 업체들이 한 장소에 모여 대형 전시를 열고 경쟁하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산업 전시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행사를 무사히 치러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이번 IFA 2020이 내년 초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열릴 가전·IT 전시회 'CES 2021'의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비즈니스가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IFA 2020이 '뉴 노멀'을 반영해 새로운 글로벌 전시회의 지평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업체들 역시 산업 전시에 대한 전략을 새로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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