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코로나19 불러온 '사회적 공포현상' 3가지…비대면 배송에 혼밥까지 등장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3-03 09: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록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40여일이 지난 3월2일 현재 환자가 4000명을 훌쩍 넘으면서 공포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공포감은 무차별적인 기피 등 다양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포비아(phobia, 공포)' 3가지를 정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일 현재 4000명을 훌쩍 넘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코로나19로 촉발된 '공포'들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발열·호흡기 안심진료소 현장 모습.


'차이나 포비아'…무조건적 중국음식·중국인 기피 확산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이유로 중국인과 중국음식에 대한 기피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동포(조선족) 포함 중국인들이 주로 일하던 가사도우미, 식당 보조 등 일용직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는 "되도록이면 한국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면서 "중국인 가사도우미를 보냈다가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한 중국동포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아 일감도 줄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중국인이라면 무조건 거부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간혹 종업원이 한국인인지 중국동포인지 묻는 손님도 있어 주문과 서빙은 한국인 알바가 하고 주방보조는 중국동포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인건비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어 계속 중국동포를 쓸지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가도 코로나19 유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마라탕·훠궈·양꼬치 등 중국 음식 전문점들은 최근 손님 수가 크게 줄었다.

불경기와 사회적 분위기로 회식 및 모임 등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나 업주가 중국인이 많은데다,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도 상당수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손님들이 꺼림칙해 발길을 돌린다는 것.

뿐만아니라 식당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김치 기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과 유통업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서 김치를 제조하고 택배 상자를 포장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최종 운송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한 식자재 유통 관계자는 "마라탕·훠궈 등에 사용하는 식자재 및 공산품이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 것은 아니다. 국내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배달 포비아'…소비자·배달원 '비대면 배송' 선호

배달 및 배송에 있어서는 배달업자와 소비자 모두 불편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식이나 장보기를 피하면서 음식 배달과 마트물품 배송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온 일부 지역에서는 음식배달이 거부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30대 주부 A씨는 "지난주 치킨을 주문했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배달을 거절당했다"면서 "그 분들의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한 음식점 업주는 "고객들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배달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달원들에게) 배달시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고 가급적이면 음식을 직접 건네기보다는 현관 앞에 두는 방식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배달노동자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결제는 앱으로, 수령은 문 앞에서 하자'는 내용이 담긴 선결제·비대면 배송을 안내하고 있다.

대형 마트들의 물품 배송도 이처럼 이른바 비대면 방식인 '언택트(un+contact, 접촉이 없는 소비)'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같은 비대면 배송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 마트 배송원은 "전에는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했지만 지금은 주문 물품들을 현관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자로 이를 알리고 있다"면서 "고객들도 이같은 배송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코로나19 확진자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또는 의심증상자들이 자택에 머물 수도 있어서 배송할 때 마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소독제로 손을 닦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기라도 하면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음식 포비아'…반찬 오염 우려에 '혼밥', 식당들 1인 반찬 제공도

4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거래처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가 찜찜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방이 식사도중 간간히 헛기침을 한 것. 또한 가까운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데다 함께 놓고 먹는 반찬에 혹시나 침방울이 튀지 않았을까하는 우려감도 생겼다.

지난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식사문화는 찌개나 전골을 덜어먹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반찬을 함께 놓고 먹는 '공용 문화'는 여전하다.

결국 B씨는 "손님들과의 점심식사 일정을 모두 미루고, 변경하기 어려운 점심약속에서는 반찬을 먹지 않아도 되는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C씨는 아예 '혼밥'을 실천 중이다.

그는 "사람들이 붐벼 한창 북적거릴 때 보다는 한산할 때 식당을 방문해 점심을 먹는 편"이라며 "여럿이 함께 먹는 것도 불편한데다 식당들이 미리 반찬을 덜어놓았을때 혹시나 오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혼밥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찬을 쭉 식탁에 펼쳐놓는 경우가 많은데 식당에 방문한 다른 손님들이 기침을 해 침이 튀거나 옷에 묻은 오염물들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찜찜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식당들은 1인용 반찬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업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찬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적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감염내과 박정완 교수는 "반찬을 함께 먹는다고 해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함께 식사할때 비말(침)이 퍼지지는 경우가 감염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발열·호흡기 안심진료소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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