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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신라면세점이 대박 터뜨린 사연은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20-01-13 07:45


신라면세점이 왕홍(중국의 SNS에서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을 지칭하는 말)과 손잡고 진행한 행사가 대박이 터졌다. 지난달 22일 왕홍 신바(辛巴)가 한국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은 100만 여명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날 방송 1시간의 매출이 약 400억원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면세점 업황 개선으로 실적 상향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날 행사는 새로운 마케팅-유통 플랫폼의 융합을 통해 관련업계가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신라면세점의 중국 왕홍 신바(사진) 라이브쇼가 대박을 터뜨렸다. 사진제공=에스디생명공학
20분에 150억원? '억소리' 절로 나는 왕홍의 마케팅 파워

신바는 3000만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유명인이다. 지난해 10월 신세계면세점 서울 명동점에서 진행한 뷰티 라이브쇼에서도 누적 접속자수 1500만명, 최고 동시접속자 140만명 이상, 평균 동시 접속자 80만명의 기록을 세운바 있다. 쇼트클립 공유 애플리케이션 콰이쇼우와 진행된 이날 라이브쇼에는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려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진행된 행사 또한 콰이쇼우,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가 각각의 역할을 했다. 콰이쇼우를 무대로 신바의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으며, 구매 배송 등의 절차는 타오바오로 연계되는 식이다.

광주화익(和翊)전자상거래유한공사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신바는 6시간 가까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SNP 외에 다수의 한국 화장품을 적극 알렸다. 이날 소개된 브랜드 중 에스디생명공학 SNP의 발표에 따르면, SNP '바다제비집 워터 슬리핑 팩'이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는 20분동안 타오바오몰에서 70만개가 판매됐다. 현재 SNP몰 기준 '바다제비집 워터 슬리핑 팩'의 가격은 2만1000원. 어림잡아 20분 방송에 1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당일 행사에서 시간당 최소 300억원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너끈히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이와 관련 신라면세점 측은 "면세점 측은 공간 제공을 통해 신라면세점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뜻을 뒀을 뿐, 직접적인 매출 발생과는 무관하다"며 "해당 행사의 매출 발생은 전적으로 신바와 참여 브랜드간의 이야기"라고 말을 아꼈다.

'왕홍+중국 쇼트클립 플랫폼+전자상거래 업체'의 메가톤급 시너지


왕홍 신바의 이번 행사는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들의 융합이 빠르게 일어나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쇼트클립 플랫폼인 콰이쇼우, 더우인, 샤오홍슈 등을 통해 이뤄진다.

2020년 중국 쇼트클립 사용자 규모는 7억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앱 구동 시, 추천 영상이 위아래 슬라이드로 손쉽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이 짧은 시간에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젊은 세대 소비취향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 발전단계에 들어선 2020년 중국 쇼트클립 시장 규모는 380.9억 위안(약 6.6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2018년 기준 중국에서는 왕홍들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모두 4조5000억원 넘는 제품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내 왕홍 마케팅의 성장세가 연평균 60%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더우인, 콰이쇼우 등이 쇼트클립 마케팅 메인으로 상품 홍보 및 타오바오 등 제3자 플랫폼으로 구매를 연결시키는 역할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매체 징데일리는 "2020년의 큰 흐름 중 하나로서 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의 연속성에 그 어느때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홍 마케팅의 위력을 일찌감치 주목해온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앞다퉈 동영상 플랫폼 등과 손잡고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알리바바는 자사 쇼핑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하루 10만 건이 넘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웨이보의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인 이즈보(Yizibo)와 위챗(WeChat)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면세점업계, 4차 산업 혁명에 어울리는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적극 고민해야

중국 선양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및 관광객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했다.이융탕 임직원 5000명은 지난 7일부터 5박 6일간 인센티브 관광을 왔으며, 단체 관광객 규모로는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다.

이처럼 한한령이 풀리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그간 중국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점 업계는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단체 관람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주도적으로 '왕홍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지금까지 면세점업계는 대부분 자리만 내어주고, 기획이나 매출 발생에 따른 수익 분배에서 제외되어 왔다. 왕홍이 소속된 기획사 등에 행사 참여 브랜드 선발부터 전권을 위임해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다시 살아나는 중국시장에 보다 적극 개입하기 위해선 관련 행사를 주체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중국시장뿐 아니라, 면세점의 새로운 마케팅과 유통 채널로서 인플루언서+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코워크(Co-work) 강화를 적극 모색해 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화제성을 노린 일회성 홍보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왕홍과 콰이쇼우, 타오바오의 코워크와 같은 형태의 새로운 마케팅-유통 플랫폼의 상시적 기획을 우리 업계가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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