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재재전송]'기대반 우려반' 구현모 KT CEO 내정자…신사업 강화·조직개편 과제 산적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01-07 10:16


KT가 올해 3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6년간 KT를 이끌었던 황창규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구현모 사장(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이 KT를 이끌게 된다. 구 사장은 정통 'KT맨'이다. CEO 선임 때만 되면 제기됐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회전문 인사'와 거리가 멀다. KT에서만 33년을 일한 만큼 통신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뛰어나다. 이전부터 내부 직원들과도 스스럼없는 '소통'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분위기는 일단 고무적이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경영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KT 내부출신 수장의 한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영능력에 비해 대외적 협상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다. KT는 최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 강화, 미래먹거리 확보, 합산규제 및 케이뱅크 등의 규제는 구 사장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정치권과 동종업계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만만치 않은 숙제이기도 하다.

경영능력은 탁월…대외적 능력 발휘 관건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몇년 간 기존 통신사업과 신사업 모두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비교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동의 통신업계 1위를 기록중인 SK텔레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동안 통신 3사 중 만년 꼴찌를 기록했던 LG유플러스의 약진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회사 수익과 경영효율성의 지표로 활용되는 영업이익률 수치를 보면 이해가 쉽다. 2018년 기준 KT의 영업이익률은 5.4%로 SK텔레콤(7.1%)과 LG유플러스(6%)보다 낮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표 참조)

위안거리라면 지난해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KT의 2018년 매출은 23조4601억원으로 SK텔레콤(16조8740억원), LG유플러스(12조1250억원)보다 앞선다. 경영효율성만 극대화한다면 영업이익률 개선이 가능하다. 다만 경영효율성의 가장 빠른 지름길인 구조조정 카드를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구 사장은 2014년 황창규 회장 재임 기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한 바 있다. CEO 취임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내부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 조직 안정화를 바탕으로 한 경영실적 개선의 난항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KT CEO 후보 선출 과정은 철저하게 '경영능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구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구 사장 입장에선 조직안정화와 영업이익률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매출 확대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돈이 되는 사업 위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형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5G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인 동시에 신사업 간 활용 범위가 가장 넓다. KT는 지난해 5G 서비스 초반 가입자 점유율을 38.5%까지 끌어올리며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10월 말 기준으로는 30.4%로 내려앉으며 2위를 기록 중이다. 1위인 SK텔레콤은 44.5%로 14% 이상 격차가 벌어졌고, 3위인 LG유플러스와 차이는 5.3%에 그쳤다. 5G 가입자의 경우 대부분 기기변경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존 5:3:2 구도가 5:2.5:2.5로 바뀔 수 있다. 5G 가입자 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KT만의 서비스 경쟁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KT가 통신 3사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은 IPTV 등 유료방송 사업 영역이다. 구 사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구 사장은 현제 커스터머&미디어 부문 부문장을 맡고 있는 IPTV 관련 전문가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IPTV 서비스를 직접 소개했다.

지난해 기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가 전체 시장 1위를 기록했다. KT의 시장점유율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31.31%다. SK브로드밴드(14.3%), LG유플러스(11.9%)가 각각 뒤를 이었다.

그러나 안주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KT가 합산규제(유료방송 가입자수 1/3 이상 확보 금지 법안)에 발목 잡혀 있는 사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 등 케이블 TV 인수합병(M&A)을 통해 점유율을 각각 23.9%, 24.5%로 끌어 올리며 격차를 좁혔다.(표 참조)

KT는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M&A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할 계획이지만 일몰된 합산규제의 재도입 가능성에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IPTV 서비스 경쟁력 확대를 위해 올레KT 모바일을 '시즌(Seezn)'으로 새롭게 리뉴얼한 게 전부다. 그마저도 경쟁사보다 대응 속도가 늦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영업 재개도 구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케이뱅크는 증자가 막혀 지난 4월부터 개인산용대출 영업을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KT는 케이뱅크 자금 수혈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지난 4월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며 심사가 중단됐다. 케이뱅크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인터넷은행 업계 1위로 자리매김 했다.

KT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완화 요건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최종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분율 확대와 유상증자를 통한 공격경영에 나서는 게 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계 누구도 구 사장의 통신업계 관련 전문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KT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대부분이 정부 규제와 업계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구 사장이 정치권과의 협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향후 KT의 성장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황창규 색 지우기 언제?

KT는 구 사장 취임에 앞서 1월 중순을 넘기기 전 정기임원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비해 한달 늦고, 자체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달 가량 늦은 만큼 조직개편도 동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 인사의 특징은 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구 사장은 3월 KT CEO 직함으로 '회장'이 아닌 '사장'을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현직 사장급 이상 재직자들은 황창규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많다. 새롭게 KT를 이끌어 가야 하는 만큼 황 회장과 거리를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황 회장 측근이라는 점만을 내세워 무작정 이들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KT의 주요 보직은 황 회장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그만큼 뛰어나다. 특히 황 회장이 제시했던 5G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탈 통신 기업으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은 KT의 미래 경영전략과 맞닿아 있다. KT는 올해 시무식에서 AI를 바탕으로 글로벌 1등 통신사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황창규'라는 인식이 대내외적으로 강한 상황에서 구 사장이 황 회장 측근들과 무조건 거리를 두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KT 변화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영향력을 벗어난 첫 CEO 선임인 만큼 KT가 올해 인사에는 경영성과 확대를 위한 의사결정기구 슬림화와 성과위주의 기업문화 정착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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