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뒤를 내다보지 못한 것일까. H&B(헬스앤드뷰티)숍에 야심차게 투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했던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가 지난 1분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 중 가장 불안한 사업은 랄라블라다.
GS리테일은 2005년 홍콩 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하면서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홍콩 AS왓슨 지분 50%를 인수해 단독 경영에 나섰다. 190여개였던 매장을 300개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H&B스토어 이름을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교체하는 등 과감한 경영기조를 이어갔다.
랄라블라의 부진 원인을 놓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원인을 거론한다. 결과적으로 왓슨스의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랄라블라로 이름까지 바꿨지만 이후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H&B숍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리브영과 롭스에 비해 MD구성력이 특히 약하다는 점 등이 부진의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올리브영은 몇 년 간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도 빠르게 점포를 1260개까지 늘리며 바잉 파워를 키웠다. 롭스는 롯데 계열사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백화점에서 빠진 화장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 계열 유통사 뿐 아니라 역 근처에도 점포를 내며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랄라블라와 업계 3위인 롭스와의 격차도 점차 좁혀지는 모습이다. 현재 롭스의 매장 수는 127개. 특히 지난해만 불과 1년 사이에 매장수가 28개나 늘었다. 랄라블라 매장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랄라블라와 롭스 간 매장 수 차이도 2017년 90여개에서 지난해 44개로 줄었다. 롭스는 공격적 출점을 지속해 매장을 2017년 96개에서 지난해 124개로 늘리면서 랄라블라와 점포 수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상황 또한 낙관하기 어렵다. 세계최대의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가 올해 10월 서울 강남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기 때문이다.
H&B숍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나마 올리브영은 이미 탄탄한 입지를 확보해놓은 상태. 롭스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최근 롯데슈퍼와 함께 선보인 하이브리드형 매장 '롯데슈퍼 위드 롭스'가 인기를 끌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향후 롯데슈퍼, 백화점뿐 아니라 하이마트와도 연계 매장을 낼 계획이다.
랄라블라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상황이 더 암울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허 사장에게 이러한 랄라블라의 고전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GS리테일을 이끌어온 허연수 사장은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미국 시러큐스대를 마치고 GS리테일 신규점 기획부문장, GS25 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2015년 말 GS리테일 사장에 올랐다. GS리테일의 편의점사업 성장을 주도해온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허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편의점 사업을 둘러싼 업계 안팎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허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고객의 라이프 이노베이션(삶의 혁신)을 선도하는 GS리테일'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2019년은 GS리테일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즉 ,주력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를 돌파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공격적 경영을 펼쳐왔으나 현재로선 목표의 일정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허 사장으로서는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편 GS리테일 관계자는 "랄라블라의 경우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적자가 많이 나는 매중을 줄이는 중이다"며 "매장수를 단순 확대하는 것보다는 수익 위주의 우량점 중심으로 언제든지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