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항공의 매각에 활주로가 열렸다.
이는 당초 금호아시아나측이 요구했던 5000억원보다 훨씬 많고, 시장에서 예상한 1조원 수준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유동성을 일부 보완하는 정도로는 신뢰를 충분히 회복하기 어렵고 그만큼 원활한 매각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상황이 양호하고 대주주가 인수합병(M&A) 동의를 포함한 신뢰할만한 자구안을 제출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금 지원은 5000억원 상당의 영구채 매입으로 구현된다. 영구채는 발행회사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사주면 아시아나항공으로선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를 낸다. 채권단이 5000억원 상당의 영구채를 매입해주면 당초 10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700%대로 내려간다.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한도 8000억원과 보증한도(Stand-by L/C) 3000억원으로 나뉜다. 신용한도는 일반적인 용도이고, 보증한도는 항공기 리스료 등 대외지급용도로 쓰인다.
마이너스 통장은 기존 부채의 차환이 안 될 때 꺼낼 쓸 수 있는 신용한도로 든든한 배경이 된다. 유동성 상황이 개선되면 채권 만기 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므로 실제 사용금액은 한도보다 한참 적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할 때 신용한도 2조5000억원을 열었는데 실제 사용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적절한 자구노력이 진행되고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면 신용한도를 많이 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별도로 비수익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을 실행 중이다. 탑승률이 낮아 비행기를 띄워도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폐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사할린·하바롭스크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 일부 노선과 지방 공항발 국제선 일부가 폐지 리스트에 올라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매각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홍 부총리는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 낮은 노선의 폐쇄 등 경영개선 노력과 함께 올해 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M&A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즉각 실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실사 기간이 1~2개월임을 감안하면 입찰공고는 6월 중으로 예상된다. 7~8월 중 예비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 등 과정을 거치면 이르면 연말께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을 묶어 파는 일괄매각 방식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대 관심은 과연 누가, 얼마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느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국제선 노선을 갖춘 대형 국적항공사다. 취득이 까다로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한 데다 현금 창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수합병 매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적 대형항공사 면허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면허 두 개를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다.
아직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한화와 CJ, SK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 가격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통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2조원 안팎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인수 후보 기업들이 겉으론 무관심한 척하면서 물밑에서 치열한 탐색전을 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신뢰"라면서 "감사의견 논란에 따른 신뢰 훼손이 사태의 시작이었고, 신뢰할 만한 자구안 마련이 문제해결의 기초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자구안의 착실한 이행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와 관련 기관 등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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