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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먼지', '잿빛 재앙', '은밀한 살인자'. 모두 '미세먼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부 역시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질 악화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명시한바 있다. 지난주에는 프로야구 경기가 미세먼지 악화로 인해 취소되는 등 올해도 미세먼지로 인한 생활 불편과 건강 위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포의 존재,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김경남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환경의학)와 최혁진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전연숙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박호선 유디치과성신여대점 대표원장 등 전문가들로부터 미세먼지의 위협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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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세먼지는 인체에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름 100마이크로미터(μm) 이상의 먼지는 눈, 코, 인후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지만, 호흡기 깊숙이는 들어오지 못한다.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먼지는 상기도까지 침투할 수 있고,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는 폐 속 깊이 폐포까지 침투 할 수 있다.
PM2.5((Particulate Matter · 입자의 크기가 2.5μm 이하인 미세먼지) 먼지의 표면에는 산화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흡착돼 있다. 이런 물질들이 직접 폐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면역 관련 세포들의 작용으로 이차적인 국소 염증반응을 발생시켜 호흡기계 손상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뇌신경계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전신 순환계로 직접 침투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Q. 미세먼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을 일으키나?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천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악화다. 수개월 간의 장기 노출, 몇 주 동안의 단기 노출에도 악화 위험성이 증가한다. 특히, 천식환자는 단 며칠간의 바깥 외출에도 병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순환기계 즉, 협심증과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고혈압, 죽상경화증 등의 혈관성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사망률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심부전, 부정맥, 뇌졸중 등 여러 심장질환의 위험 역시 증가된다.
Q. 임산부, 유아 등 취약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임신기간 중 PM2.5나 PM10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2500g 이하 저체중아 출산과 37주 이내 조기출산을 유발할 수 있다. 저체중아 출산은 태아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장기가 덜 자라 여러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사산과 태아의 선천성 이상과 관련성이 의심되고 있으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수년 간 대기오염이 높은 지역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폐기능 성장 부진, 비만 위험 증가, 인지기능 저하,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이 증가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Q.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는 발암물질인가?
WHO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부터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는 사람에게 충분한 발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1급 발암 물질 'Group 1'으로 분류했다. 이런 연구들은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연구에서 매우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폐암은 물론이고 방광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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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게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미세먼지는 안구 표면에 침착해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최근 한 연구사례에서는 염증이 안구건조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렌즈는 특유의 부드러운 성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의 수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눈 표면을 덮게 되면 유일한 수분 공급원인 귀중한 눈물을 나눠 쓰는 결과가 된다. 하드렌즈의 경우 미세먼지와 별개로 황사 같은 큰 입자가 날릴 때 이물질이 렌즈와 각막 표면 사이로 들어가 자극을 일으키고 각막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 안경은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 미세먼지가 많은 날 눈 건강을 위해 렌즈보다 안경 쓰는 것을 추천한다.
Q. 미세먼지가 눈에 어떤 질환을 유발하는가?
미세먼지는 눈, 코, 입, 기관지 점막 등 공기와 만나는 인체의 부분에 들러붙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단순 먼지가 아니라 규소,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질소 및 아황산가스와 같은 대기 오염물질들이 포함돼 있어 알레르기성 각결막염, 독성 각결막염, 안구건조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결막염의 경우 눈꺼풀 부종, 가려움, 이물감, 눈물흘림, 충혈,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각막염이나 각막 궤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심한 통증, 눈부심 및 시력 저하가 우려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조기에 치료하면 알레르기 치료제와 인공 눈물 등으로 1~2주 내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자꾸 만지고 비비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하지 않게 되면 염증이 심해져서 각막혼탁이 남는 경우도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안구건조증의 경우 이물감과 통증뿐만 아니라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눈 주변이 무거운 느낌이 들면서 두통이 동반된다. 심해지면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눈물이 흐를 수 있다.
Q. 미세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방법은?
미세먼지가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최대한 미세먼지에 노출 되는 것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다. 외출 시에는 되도록 콘택트렌즈보다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면 가능하면 일회용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안구건조증 등 안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보호안경 처방을 하면 약 70% 정도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시력이 나쁘지 않아도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손을 반드시 씻고 눈은 차가운 인공눈물로 세척해주는 것이 좋다. 가려움이 심할 경우 깨끗한 수건에 찬물을 적시거나 얼음을 감싸 냉찜질을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공눈물은 자주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일회용 무방부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가습기로 실내습도를 유지해 바이러스나 먼지가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가라앉히는 것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충혈을 감소 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안약 중에는 장기간 사용할 경우 녹내장, 백내장, 각막 상피세포의 상처 치료 지연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다라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후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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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세먼지가 임플란트에도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가 구강 내 흡입되면 입 속 세균의 농도가 높아져 치주염, 잇몸질환, 치아우식 등 치아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임플란트를 한 경우 미세먼지 속 이물질이 임플란트 주위에 쌓여 염증을 유발하는 임플란트주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임플란트주위염에 의한 잇몸뼈(치조골)소실은 자연치아의 잇몸뼈 소실보다 더 위험하다. 또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다. 양치질 할 때 플라그가 잘 끼고 미세먼지 속 이물질이 쌓이기 쉬운 잇몸과 임플란트 경계부위를 잘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출을 한다면 보건용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돌아와서 양치까지는 아니어도 구강세정제나 물로 가글을 하면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다. 액체로 된 구강세정제는 칫솔질이 잘 닿지 않는 잇몸 경계, 볼 안쪽 등에 붙은 유해세균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Q. 미세먼지가 우울증과도 관련 있다?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뇌 등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있다. PM2.5에 장기 노출되면 전신적 염증반응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우울증 발생과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성인과 노령인구에서는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영유아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발달장애질환의 위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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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세먼지를 씻어 내기 위해서 삼겹살 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좋다는 속설도 있다.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현재까지는 미세먼지 폐해를 줄여준다는 충분한 근거를 지닌 획기적인 식품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코와 호흡기 점막의 수분량이 많아져서 먼지를 잘 흡착해 배출 시킬 수 있도록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주면 좋다. 가글과 양치질, 비강 내 생리식염수 세척 및 항산화 기능이 큰 녹황색 채소와 과일, 해조류의 적당한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Q. 외부에 노출되는 가방과 옷 등도 영향이 있나?
야외 활동 후 옷이나 가방 등에 PM2.5나 PM10과 같은 먼지가 쌓였다 집에 들어오면 이차적으로 실내를 오염시킬 수 있다. 귀가 전 옷이나 가방에 묻은 먼지는 바람을 등지고 꼼꼼하게 털어내는 것이 좋다. 외출 후에는 손 씻기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머리도 감아야 한다.
Q.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실내공기를 환기 시켜야하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가급적 창문을 닫고 환기 횟수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고기를 굽거나 튀김 요리를 했을 경우, 청소나 흡연을 했을 때는 실내공기가 더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거나 환기장치를 작동하는 것이 좋다. 창문을 열어 환기 할 경우 3분 이내로 하고 환기 후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부분들을 물걸레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는 실내에 들어오면 가라앉지 않고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 보다는 물걸레 사용을 권장한다. 하지만 천식같이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이 있으면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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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는 최근 미세먼지 이슈와 함께 '집집마다'에서 '방방마다'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공기청정기가 집안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2대 이상을 사용하는 가구도 늘어남에 따라 국내는 물론 수입 브랜드까지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수많은 제품들이 서로 제각각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우선 공기청정 능력의 바로미터는 필터다.
신문선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연구원은 "필터 성능은 99.99%, 99.999% 등으로 표시하는데 이 2가지가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10만 개의 먼지가 필터를 통과해 100개가 남느냐 1개가 남느냐는 차이가 클 수도 있다"며 "청정능력을 좌우하는 필터의 수명이 긴지 짧은지도 가계경제에는 중요한 요소"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면적이다. 사용할 면적과 기기가 감당할 수 있는 면적을 감안해서 구매하지 않으면 공기청정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사용 면적이 클 경우 대용량 1개를 놓거나, 작은 용량의 제품을 2개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외에 ▲이동성 ▲소음 ▲피부에 닿는 바람의 세기 ▲부가기능 ▲스마트 기능 ▲CA 마크(집진효율, 집진능력, 오존 발생 농도, 탈취 효율, 소음, 구조 적합성 등 검사) 등이 구매 시 개인성향에 따라 구매 조건으로 고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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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조기 시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연간 판매실적이 10만대 규모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0만대까지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 역시 미세먼지도 주 요인이 된다. 미세먼지 탓에 외부에 빨래널기를 꺼리는 가구가 늘고, 최근들어 아파트 베란다 확장공사가 일반화됨에 따라 빨래를 널 곳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조기를 고를 때는 내 빨래 습관에 맞는 용량의 제품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세탁 용량 대비 건조기 용량이 작으면 건조기를 여러 번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옷감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적용됐는지 ▲전기료가 많이 들지는 않는지 ▲건조 속도가 빠른지 ▲항균 능력이 우수한지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편리한지 ▲필터, 열교환기 등의 청소가 간편한지 등을 고려사항으로 꼽을 것을 권한다.
이형우 삼성전자 건조기 연구원은 "대부분의 제품은 주부들의 의견을 수용해 전기료나 옷감손상 등의 기본적인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본인의 세탁 및 건조 습관을 고려해 극세사 이불도 건조할 수 있는지,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지, 생활 유해세균과 집먼지진드기 등을 제거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세탁물의 종류에 따라 건조 코스를 추천하거나, 종료시간을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코스를 설정해 주고, 제품의 상태를 자동 진단 관리해 주는 등 부가적으로 첨단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들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