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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닥터]"잇몸 질환은 '뼈(骨) 질환'입니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3-08 10:33


제10회 잇몸의 날 기고


대한치주학회 기획이사 김남윤 원장.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직접 보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치과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종종 난감한 상황이 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해야 할 때다.

요즘은 구강카메라로 입 안을 직접 촬영해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파노라마라는 치아상태와 턱관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엑스레이를 촬영해 설명할 수 있어 과거보다는 훨씬 수월해지긴 했다. 그러나 역시 잇몸병(치주질환)을 설명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잇몸병(치주질환) 정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고작 이 닦을 때 피가 나는데…, 잇몸이 약간 부었을 뿐인데…'라고 하지만 중증의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하거나 눈에 보이는 커다란 염증과 같이 스스로 '병'이라고 인지한 상태에서 설명해야 적절한 치료의 동기부여가 되는데, 고혈압이나 간질환처럼 심하게 나빠지기 전까지 자각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소홀히 생각하고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이유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고, 신뢰를 쌓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드러나는 것이 잇몸이기 때문에 잇몸이 치아를 받쳐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아는 뿌리 부분이 치조골(齒槽骨)이라고 하는 턱뼈의 일부분에 의해 지지된다.

이를 닦을 때 피가 나고 잇몸이 부었다 가라앉아도 그 이유가 염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잇몸에 생긴 염증은 염증산물 등을 매개로 치조골을 녹인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 증상은 잇몸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과 다름없다. 잇몸은 '겉'이고 치조골은 '속'이다. 겉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안쪽도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겉에만 염증이 생긴 경우, 치석과 같은 국소요인만 제거하면 다시 정상적인 잇몸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염증이 속까지 진행된 경우라면 잇몸 속 요인들을 제거해야 겉의 염증이 함께 가라앉게 된다.

환자 중에는 하루에 10번씩 닦는데 왜 잇몸에 염증이 생기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치과에서 직접 칫솔질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딱 45초간 닦았다. 이것도 평소보다 오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후에 칫솔질을 빼놓지 않는 일반인들은 보통 구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칫솔질은 횟수가 아니라 칫솔질 하는 시간이 중요하며, 더군다나 잘못된 방법으로 닦는 것은 그다지 소용이 없다. 하루에 10번씩 1분간 닦는 것보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입안 전체를 골고루 10분 이상 닦는 것이 잇몸 건강에 훨씬 좋다.

욕실에서 실제로 이를 닦는 시간을 측정해 보자. 거울을 앞에 두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아무리 길게 닦아야 1분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닦는 것이 지루하지 않게 욕실을 떠나 거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면서 꼼꼼히 닦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때 칫솔을 입에 물고만 있고 다른 일을 한다면 여전히 효과를 볼 수 없다. 칫솔질이 주가 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매일 집에서 칫솔질을 하지만 구석구석 깨끗하게 관리 하려면 치과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하고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성 치태(바이오필름)와 치석들은 젊을 때는 주로 치아 표면의 겉에 붙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때에는 원인 요소가 눈에 쉽게 보이기 때문에 제거도 쉽다. 그러나 노화에 의해 치아가 길어지고 잇몸이 내려가 치아뿌리가 노출되면 세균성 치태와 치석들이 느슨해진 틈(치주낭)을 통해 잇몸 속으로 들어가기 쉽다.

통상적으로 1년에 한번 치석제거(스케일링)를 하는 것이 좋지만 40대 이후라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이고 잇몸 속에는 치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7배 정도 많다고 보면 된다.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통해 필요한 치주병 치료를 가급적 조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스케일링 등 잇몸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잇몸약 복용 등을 통해 잇몸관리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복 중의 하나라는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유지하는 것은 잇몸의 겉과 속을 함께 관리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대한치주과학회 기획이사 김남윤 원장

'잇몸의 날' 이란?

대한치주과학회와 동국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지정하고 국민의 잇몸건강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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