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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코리아 이봉진 사장 '촛불집회' 발언 역풍거세…불매운동에 스페인 본사 항의까지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6-11-24 08:36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자라코리아(ZARA KOREA)가 이봉진 사장의 '촛불집회' 발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SPA브랜드들의 약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불매운동이라는 역풍까지 맞게 됐다.

자라코리아는 자라 등 다양한 SPA브랜드를 소유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과 롯데가 2007년 손잡고 설립한 합작 법인. 인디텍스가 80%, 롯데쇼핑이 20% 지분을 투자했으며, 현재 국내에 40여개 매장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자라코리아를 이끌어온 이봉진 사장은 최근 한 특강에서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명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된 것, 정치가 여러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여러분은 하던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해 '촛불 집회'를 폄훼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이 사장은 "집회 참여를 비하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정의가 바로 잡혀야 한다. 저 역시 지금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장인은 본인의 일을, 회사는 자신의 사업을, 학생은 자기 자신의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등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라코리아 또한 "인디텍스그룹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서, 의견의 자유를 존중함과 동시에 소중한 고객 한 분 한 분을 최상으로 응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봉진 사장은 이번 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했으며, 특정 선택을 비난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고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했던 것"라고 적극 해명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 22일 오후 내내 '자라코리아 이봉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이슈 1위에 오를 정도로 이 사장의 '촛불 발언'은 온라인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강연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시위 참여한 우리는 아무 것도 안하는 건가. 우리 미래를 바꾸려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고, 상당수 네티즌이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불매운동과 함께 인디텍스그룹 본사가 있는 스페인에도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스페인 자라의 페이스북 주소나 이메일을 공유하고, 항의문을 보낸 인증사진을 온라인 카페나 게시판에 잇달아 올리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다양한 문화와 해당국가의 사회적 상황을 인정해야할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로서 특정 정치적 의견을 공식석상에서 피력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때 성공한 기업인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봉진 사장은 한양대 경영학과 81학번으로 1986년 SK네트웍스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까르푸에서 11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2007년부터 자라코리아의 사장을 맡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한국 시장에 '자라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봉진 사장의 성공신화는 근래 들어 빛이 바래지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라는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라코리아의 2014년 매출은 237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5% 성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영업손실이 80억원에 달했다. 자라코리아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06억원,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8%로 2012년과 2013년 5%대와 비교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랜드의 '스파오'나 삼성의 '에잇세컨즈' 등 국내 SPA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데이즈' 등 대형마트의 SPA 브랜드에도 상당수의 소비자를 뺏기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가운데 터져 나온 이번 '촛불 발언'은 향후 한국시장에서 자라의 입지를 급격히 축소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로 논란을 빚었던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끝내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이번 일 또한 자라코리아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리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SPA 패션을 주로 소비하는 20대에서 30대 여성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편"이라며 "한번 브랜드 이미지에 훼손이 가면 회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자라코리아는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극복하는데 생갭다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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