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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닥터] 남성호르몬에 치명적인 알코올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6-10-25 17:04



'보아 하니 당신 스무 살은 넘었을 터인데, 그래 삐루 한 컵쯤 못 먹는대서야 어디 현대 청년이 되겠소, 사양 말구 자시오.'

소설 속 젊은이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맥주는 근대를 상징하는 술이었다. 개화기에는 조풍연이 '서울잡학사전'에서 밝힌 것처럼 조선호텔에서는 정장을 입어야 마실 수 있는 술이 맥주였다. 정장이 부담스러운 경우 충무로에 있는 '비어 홀'을 드나들었는데, 유리나 도자기로 된 개인 맥주잔을 보관해 놓고 뽐내는 사람도 있었다. 맥주는 당시만 해도 널리 마시던 술이 아니어서 별난 해프닝이 적지 않게 벌어졌다. 남편이 손님을 모시고 와서는 맥주로 술상을 차리라고 하자 정종처럼 데워서 내왔다는 일화도 있었다.

초창기 일본에서 들어 온 맥주는 자양강장제라고 광고를 했다. 거품이 이는 신기한 모양이 몸에 좋은 약술(藥酒)로 인식되어 단박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제의 수탈로 불경기가 지속되자 호주머니가 텅빈 호주가들은 술값이 없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술 없는 달 / 술 없는 미인 / 술 없는 친구 / 술 없는 제사 / 술 없는 연석 - 이것은 인간의 크나큰 살풍경. 내 눈물이 술이 된다면 눈이 빠지도록 울고저'라는 애주가가 불려졌다. 한 잔의 술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감미로운 최음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두뇌신경세포를 이완시켜 성생활에 다소의 도움을 준다. 그러나 과음하면 성생활을 만취상태로 이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해 여러 가지 뇌 손상을 일으키며,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 손상은 물론 남성의 체내에 여성호르몬을 상승시켜 성욕도 저하시킨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을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고환세포를 파괴해 정자와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떨어뜨린다. 이는 성욕 저하, 정액량 감소, 사정기능 퇴화로 이어진다.

술을 조루방지책으로 맹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소 사정을 지연시켜주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습관적인 음주는 복부비만과 혈류순환 장애를 불러오는 고지혈증, 그리고 당뇨를 유발시켜 발기장애를 촉진시킬 뿐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음주자의 75%가 성감저하, 60%가 발기장애, 50%가 사정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음주 섹스 때문에 여성의 질염(膣炎)은 물론이고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 감염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주섹스의 가장 큰 폐해는 발기와 성욕을 자극하는 신비의 묘약인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저하시키거나 성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음주섹스에서 벗어나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촉진과 기능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잘 될수록 정력이 향상돼 활기찬 성생활을 즐길 수 있는데, 토마토, 부추, 검은 깨, 굴, 마늘, 샐러리, 해초류, 사과껍질, 포도껍질, 현미, 견과류를 적당히 섭취하면 효과적이다. 음주섹스는 황홀한 행복감이 아니라, 숙취보다 더 고통스러운 허탈감만 안겨준다. 따라서 부부관계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꾸준한 운동과 활력있는 취미생활, 그리고 바른 생활습관으로 술독에서 탈출하도록 권한다.
김재영(퍼스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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