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내세워 혜택 많은 카드를 잇달아 단종하면서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처음 상품을 내놓을 때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눈에 띄는 혜택을 내놓으며 판매했으나 적자가 나자 슬그머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카드로 소문이 날 정도로 혜택이 많은 카드였으니,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카드 판매 중지의 원인을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는 NH농협카드에도 있다. NH농협카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온 'NH올원 시럽카드'의 신규 추가 발급을 지난 17일 중단했다. 이 카드는 지난 4월 출시 이후신용카드 15만장, 체크카드 19만장 등 총 34만장이 발급됐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출시 6개월만에 단종의 길에 접어든 이 카드는 매달 사용실적 20만원당 1만원에 해당하는 모바일 상품권을 최대 10만원까지 줬다. 시럽페이 가맹점이 3만여개나 되므로, 사실상 1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셈이었다. 여기에 대중교통 이용료 5% 할인 등 혜택이 풍부해 금융 관련 카페 등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카드'의 대표주자로 통해왔다.
그러나 쿠폰 이용률이 계속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NH농협카드는 지난 17일부터 시럽카드 판매를 종료했다. 수익성 악화를 막아보고자 기존 5만원짜리 상품권 교환쿠폰을 주다 5000원, 1만원권으로 잘게 쪼개 지급하고 중복사용을 막기도 했는데 결국 늘어나는 적자폭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 KB국민카드는 지난 1일부터 '골든라이프' 등 13종 카드에 대해 신규 발급을 중단했고, 신한카드는 주유 혜택을 푸짐하게 줬던 RPM카드를 없애고, 이름을 살짝 바꾼 RPM+카드를 지난 5월 선보였다.
이 RPM+카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은 대거 축소, '개악카드'로 평가받기도 했다. 기존 RPM카드는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모든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씩 적립을 해줬는데, 새로 출시한 RPM+카드에는 전월에 100만원을 사용해야 기존과 같은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 연회비도 대폭 올렸다. 기존 RPM카드가 국내용은 2만7000원을 받았는데 RPM+카드는 3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연간 12회, 동반 1인의 영화 표 값을 1500원씩 할인해주던 서비스도 사라졌다.
현재 카드사는 규정에 따라 신상품을 출시 후 제공하기로 했던 부가서비스를 3년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없다. 반면 카드 절판은 자유롭다. 카드 상품의 판매를 종료할 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카드의 경우, 부가서비스 축소나 폐지 대신 판매 중단이라는 '꼼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가 카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이후에 연회비를 올린 유사한 이름의 상품을 내놓는 등의 행태를 실질적인 부가서비스 축소로 보고 제한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판매를 중단한 뒤 혜택을 줄이고 이름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새로운 상품의 약관을 보다 까다롭게 심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최대한 막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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