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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팜 장수에서 유유자적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전설적인 명마 '동반의강자'에게 새로운 말(馬)벗이 생겼다. 얼마 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가진 '터프윈'이다. '터프윈'은 당초 승용마로 쓰일 예정이었지만 많은 경마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관상마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터프윈'의 은퇴를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경마팬 뿐만이 아니었다. '터프윈'의 단짝이었던 조경호 전 기수는 "지금껏 기수와 함께 광활한 경주로를 누볐던 '터프윈'이 이제부턴 그런 부담감 없이 편안히 초원에서 여생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6년간 '터프윈'과 동거동락했던 신우철 조교사 또한 본인의 은퇴식을 앞두고 "함께 은퇴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터프윈'이 남은 삶을 편안히 보냈으면 한다"고 애정을 보였다.
한국마사회는 이 같은 상황을 마주에게 전했고, 마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용하면서 '터프윈'의 역사적인 기증행사가 진행됐다. 6월 30일자로 기증돼, 곧바로 렛츠런팜 장수로 이송됐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팬들의 애정 어린 요구를 마주가 이견없이 잘 수용해준 덕분에 이처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친구가 있어 외롭지도 않다. 한국경주마의 살아있는 전설 '동반의강자'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동반의강자'는 그랑프리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최초의 경주마로 35회 출전해 20번 우승을 기록했다. 최다연승도 12회에 달한다. 활동기간 중 총 15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터프윈'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당초 두 마리의 경주마를 함께 풀어놓는 것도 검토했지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를 고려해 서로 얼굴을 마주볼게 있게 별도의 초지에 방목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처럼 전설적인 경주마가 두 마리나 함께 있다 보니 렛츠런팜 장수를 방문하는 고객 수도 늘어나고 있다. 렛츠런팜 장수 관계자는 "일주일에 평균 2~3개 팀이 경주마들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터프윈'의 모습을 보고자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왔다는 한 경마팬은 "'터프윈'을 응원했던 향수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 방문했다"며 "고맙게도 렛츠런팜 장수가 '터프윈'을 위한 공간을 내준 덕분"이라고 했다. 또한 "은퇴식에도 갔었다. 그 정도 열정이 있기에 이처럼 먼 길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마의 은퇴 후 삶을 위한 개인적인 생각도 함께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전설적인 명마가 관상마로 활용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렛츠런팜 장수는 '터프윈'의 입주를 축하해 특별한 선물을 제작할 계획이다. 황금 마방굴레다. 마방굴레는 말을 끌고자 머리에 씌우는 것으로 경주마가 경주로를 떠나는 순간까지 차고 있어야 되는 일종의 장신구와 같다. 앞서 '동반의강자'의 경우 렛츠런팜 장수에 관상마로 기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마팬들이 힘을 모아 황금 마방굴레를 선물했었다.
'터프윈'은 현재 렛츠런팜 장수 초지에 방목돼 있으며 견학을 원할 시 별도 연락 없이 렛츠런팜 장수를 방문하면 된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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