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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中·日보다 리콜 늦어…소비자들 차별에 '분노'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6-07-07 08:57


"한국 소비자들의 더 좋은 생활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

안드레 슈미트갈(Andre Schmidtgall)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2월 열린 '이케아코리아 1주년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최근 이케아코리아가 제품의 안전성과 북미지역과 다른 리콜 정책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것.

올들어 이케아코리아가 국내에서 리콜을 한 제품은 모두 6가지. 한 달에 한번 꼴이다. 특히 이 가운데 4개는 모두 어린이와 관련된 제품으로 부모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서랍장을 북미지역에서 대대적으로 리콜조치하면서 한국만 제외해 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올해 6번의 리콜…대부분 영·유아 등 어린이 제품

올해 초부터 6월말 현재까지 이케아코리아는 총 6번의 리콜(제품 교환·보상)을 단행했다. 이케아코리아는 1월 라티오 드럼스틱과 텅드럼, 2월 휘뷔·로크·린나 천장등, 3월 고템 조명 제품, 4월 라티오 박쥐망토, 6월 파트룰 안전문·다크 초콜릿 등 총 6개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유아완구인 라티오 드럼스틱·텅드럼, 라티오 박쥐망토는 부상 및 질식 등의 위험으로 리콜됐다. 다크 초콜릿(쇼클라드 뫼르크·쇼클라드 뫼르크 70%)은 알러지 반응 위험성이, 파트룰 안전문은 갑작스럽게 문이 열려 어린이가 다칠 가능성이 발견됐다. 그런데 이들 4개 제품들은 모두 유아 및 어린이들과 연관돼 부모들의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휘뷔·로크·린나 천장등은 유리덮개가 떨어질 가능성이 발견됐으며, 고템 조명은 일부 훼손된 전선이 발견됨에 따라 감전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발견돼 리콜됐다. 이들 제품 역시 생활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사실상 리콜된 제품 모두 아이들에게 부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리콜은 소비자 피해 예방 차원에서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고객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하지만 반대로 제품 결함에 대한 고객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소비자들이 '잦은 리콜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는 식의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안전, 특히 어린이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콜조치 하다 보니 어린이 관련 제품이 많았으며, 또한 그에 따른 리콜 횟수도 잦았다"고 해명했다.

국내 리콜, 중국·일본보다 최대 2주일 늦은 이유는…

이런 가운데 이케아코리아가 올해 실시한 일부 제품의 리콜 개시일이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약 2주일의 시차가 있었다.

이케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 3월 24일 리콜이 공개된 고템 조명 제품의 경우, 미국에서는 1주일 전인 17일(현지시간) 리콜 개시됐다. 중국과 일본 역시 각각 17, 18일 리콜이 시작됐다. 다크 초콜릿(쇼클라드 뫼르크·쇼클라드 뫼르크 70%)은 일본 보다 13일 늦은 지난 6월 27일 국내에서 리콜이 고지됐다. 이케아코리아가 국내 소비자들과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리콜을 결정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케아코리아측은 '눈치 보기'는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리콜이 다른 나라 보다 늦게 진행된 것은 절차상의 문제였다"면서 "각 국가에 진출해있는 이케아 매장에서 이슈가 제기되면 현지에서 먼저 리콜이 이뤄져 개시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보다 늦게 리콜이 진행된 다크 초콜릿은 이케아코리아에서 인지한 후 곧바로 판매 중단에 들어갔으며 절차에 따라 리콜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케아코리아의 이런 늑장 리콜은 최근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이케아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어린이 6명이 자사 서랍장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지난달 28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 하는 등 리콜을 시작했다. 이케아는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개의 말름(MALM) 서랍장을 각각 리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한국은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케아코리아 또한 북미지역 리콜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 논의 중이라고만 전했다.

결국 정부가 해당 서랍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지난달 28일 이케아코리아에게 말름 서랍장에 대한 국내 유통 현황, 환불 등의 조치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현행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외국에서 리콜을 당하거나 자발적 수거를 한 제품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도 소관 정부 부처에 즉시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 국표원의 이번 요청은 이케아코리아의 자발적 리콜을 먼저 유도하는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케아코리아가 해당 서랍장에 대해 국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국표원은 자체 안전성 조사 등을 거쳐 위해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강제 리콜 등 행정조치를 할 방침이다.

이케아코리아 홈페이지에는 '어린이들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이케아는 어린이를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어린이 안전과 관련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보고 받으면 이케아는 즉각적으로 리콜 조치를 취해 추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노력한다'는 본사 관계자의 말이 게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케아코리아의 행태를 보면 이런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유통공룡' 이케아코리아가 최근 제품 안전성과 리콜 차별화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잇딴 어린이 사망사고로 지난달 북미지역에서 리콜된 말름 서랍장으로, 왼쪽 미국 홈페이지에는 리콜 안내문이 게시됐다. 반면 오른쪽 한국 홈페이지에는 해당 서랍장이 아직도 판매중이다. 사진출처=이케아 홈페이지



이케아가 올해 3월 감전 가능성으로 리콜을 실시한 고템 조명 제품. 미국(맨 위)·일본(가운데)과 달리 한국의 리콜은 약 1주일 가량 늦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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