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손실을 냈지만 내부 유보금을 활용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장사가 7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결정이라고 밝히지만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 사업연도에 대해 배당금 지급(보통주 기준)을 결정한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72곳이 당기순손실(개별·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9곳, 33곳으로 집계됐다.
LG전자와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30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배당금 지급은 각각 729억원과 591억원에 달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삼성SDI, 명문제약, 한국콜마홀딩스, 이수화학, 대한제당, 동일방직, 종근당, 국순당 등이 손손실을 기록하고도 배당했다.
적자에도 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은 저마다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 부양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의 평가는 다르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변하고 있는데 따른 결정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 등의 수익 창출을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적자상황에서도 배당을 실시하는 상장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최근 3년간 연속 배당한 상장사 중 최소 한 해 이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12월 결산법인은 코스피 72곳, 코스닥 45곳 등 모두 117곳에 달했다. 3년 내리 당기 순손실을 내면서도 매년 배당한 기업이 9개사에 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배당 여부와 규모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추세"라며 "일부 기업들은 적자를 봤다고 하더라도 내부유보금 등을 활용해 일정한 배당 수준은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