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서울 암사동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2월 16일 몇 년간 이용하던 학습지를 해지하며 기분 상하는 일을 겪었다. 김씨는 지난 2월말까지만 하려고 담당 교사에게 미리 학습지 해지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다음달 교재 주문이 들어가 3월까지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아직 2월이 절반이나 남은 상태에서 다음달 수업비까지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황당해했다.
학습지업체들은 월 단위 학습지의 경우 언제라도 해지신청을 할 수가 있으며 남은 수업일에 대한 수업료를 돌려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잔여 수업료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임의로 해지신청 가능 기간을 설정해 놓고 이 날짜를 넘기면 1개월치 수업료를 추가로 납부할 것을 요구해 최대 50일치의 수업비를 부당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교원·대교·웅진씽크빅·재능교육·한솔교육(가나다 순) 등 대형 학습지 5개사의 중도해지 관련 민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접수된 소비자 제보건수는 총 528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107건, 2013년 152건, 2014년 148건, 2015년에 121건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따라 작성한 업체들의 입회신청서 약관에도 '회원은 계약 중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회사는 해지 통지받은 날을 기준으로 회사가 정한 기준에 의해 잔여기간의 월회비를 환불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소비자 사정으로 학습지 구독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미경과 계약기간 구독료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약관에 기재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학습지 교사를 통해 중도 해지를 요청했을 때 주요 학습지 업체들의 계약 해지 및 환불 절차는 약관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업체별 해지처리 가능 일자를 정해두고 그 전에 신청한 건에 대해서만 당월해지가 가능하다. 진행되지 않은 수업비를 환불받기는커녕 늦게 신청하면 그 다음 달 수업비까지 추가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업체들이 지정하는 당월 해지 가능일자는 대략 10일까지다. 10일이 경과된 후에는 익월 요금까지 납부해야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또한 과목수가 많을수록 손해 보는 금액은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업체들은 이같은 불합리한 규정을 운용하면서도 대외적으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게 신청 즉시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컨슈머리서치는 국내 5대 학습지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본사 측의 공식 설명과 고객센터 측의 안내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개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언제든지 해지신청을 할 수 있으며, 신청이 이뤄진 다음 주부터 잔여기간에 대한 수업료를 소비자에게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교원과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한솔교육 4사 고객센터는 학습지를 언제 해지하든 남아 있는 수업일에 대한 수업료는 돌려주지 않으며 특정 해지일자를 넘기면 익월 수업료를 추가 납입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컨슈머리서치 조사결과, 해지신청기간도 교원과 웅진씽크빅, 재능교육은 매월 1일에서 10일, 한솔교육은 매월 1일에서 15일로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어 13일에 해지신청을 할 경우 한솔교육 가입자는 잔여 수업료만 포기하면 해지가 되는 반면, 교원 등 나머지 3사의 가입자는 1개월치 수업료를 추가 납입해야 하는 것이다.
대교의 경우 본사와 고객센터 모두 '언제라도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고발센터에는 특정일을 해지일로 정해 놓고 있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 지사나 학습지 교사에 따라 규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체들은 행정적인 업무처리와 교재준비를 위해 해지 기간을 임의로 설정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대기업 학습지 업체들이 자의적인 해지 일자 설정으로 학부모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게 업무 처리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에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해지 요청이 있을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바로 환불해 주고 있다"면서 "교재 배포시 이를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운영상 상담센터와 교사들간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