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하이퍼컬처와 문화콘텐츠 (권병웅·김선영 지음, 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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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잉태하고 있는 문화의 쾌속질주와 과잉의 범람이 우리시대 문화의 자화상으로 부각되는 시점에 이를 분석한 문화비평서 '하이퍼컬처와 문화콘텐츠'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책은 속도와 욕망이 안겨주는 하이퍼컬처의 과잉과 과속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디지털네이티브와 문화콘텐츠, 빅데이터의 포사이트에서 길을 찾고 있다.
문화의 하이퍼 현상은 TV를 통해, 스크린을 통해, 사운드, 스토어, 건축물, 패션뷰티, 셀카 등을 통해 현란하게 꽃피워지고 있다. 그 과잉의 방식은 자막과 버라이어티쇼, 팝업스토어, 소음음악, 초단편영화, 모바일폰 등을 통해 시청각 영역과 소비지장에서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여기에 우리의 감각과 감성은 마비될 지경이다. 이런 시대 우리의 삶은 속도에 지치고 과잉 속에 허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잉의 문화를 정제하고 정화할 중심추는 무엇일까? 전문가들마다 주장은 다양하다. 예술의 정화작용을 말하기도 하고, 무시하고 거리를 두라고 하기도 한다. 또는 창조적인 시장파괴자의 등장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술의 발달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디지털네이티브의 문화유전자와 혁신적 사고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디지털네이티브는 문화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디지털네이티브의 세대·계층적 특성과 욕구욕망은 콘텐츠산업과 문화콘텐츠의 진화양상을 가름짓는 지렛대이다. 저자들은 디지털네이티브들이 지닌 문화복제유전자 밈(Meme)과 혁신적 사고인 부자데(Vu ja de)를 통해 문화의 균형을 잡아가리라고 예상한다. 디지털네이티브에 의해서 그들의 스토리가 그들의 스타일로 새로운 문화를 이루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분석한 하이퍼컬처는 시대의 화두인 문화콘텐츠와 빅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한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 단계 하이퍼컬처라는 기울어진 문화광장에서 문화콘텐츠 나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자라야 할지 그 길을 짚어보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근본적인 의도다.
책의 전반부는 우리시대 문화의 과잉과 과도함을 다루는 하이퍼리즘과 초연결사회를 주도하는 세대계층을 다루었다. 중반부에서는 콘텐츠의 존립공간인 스페이스의 철학과 기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시대의 메타포로서 콘텐츠의 감성과 빅데이터의 이성의 융합을 고찰하였고, 빅데이터가 시대의 패러다임인가 일시적 거품인가 질문을 던지며 미래시대의 포사이트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지금껏 흔하게 사용해 왔지만 인문학, 공학, 법제도 측면에서 다양한 관점의 차이로 삐걱거리는 콘텐츠와 문화콘텐츠의 담론을 정리하고 콘텐츠산업의 성장엔진인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R&D 기반구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름짓자면 전반부는 지금시대 문화현상을 분석한 문화비평을 다루었고 후반부는 빅데이터와 문화콘텐츠에 대한 담론을 다루었다. 감성과 기술이 이끄는 문화의 하이브리드시대, 이 책도 하이브리드의 산물이자 선물이다. 글·이동형(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