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미샤' 서영필 회장 '샐러리맨 신화'에 적신호?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4-05-27 09:05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의 '브랜드숍 신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이블씨엔씨의 대표 브랜드인 미샤가 경쟁 브랜드와의 각축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서영필 회장은 3300원의 저가 가격 정책으로 '하늘 아래 없던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어냈던 뷰티업계의 핫 스타다. 튀는 언행과 파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그 어떤 최고경영자(CEO)보다 주목을 끌곤 했다. 차마 남들이 못했던 수위의 비교 마케팅까지 구사하면서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왔던 서 회장. 그의 드라마 같았던 성공 스토리는 과연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일까.

추락하는 미샤, 멀어지는 1위 탈환

올 1분기 국내 화장품업계 브랜드숍(특정 브랜드의 제품만 판매하는 매장) 순위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2~4위 싸움이 치열한 것.

미샤는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밀려 브랜드숍 매출 2위로 내려앉았다. 1위 탈환을 다짐했고, 업계에서도 미샤의 '뒤집기'를 기대했다. 한때 '망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힘든 시기도 극복한 미샤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2011년 7년 만에 더페이스샵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한 서영필 회장의 저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기 성적을 보니 격차가 더 심해졌다. 더페이스샵이 1위를 지켰고, 이니스프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니 결국 2위를 꿰찼다. 미샤는 3위에 그쳤다.

금액으로 보자면 에이블씨엔씨의 1분기 매출액은 96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도 27억원에 달했다. 실적 개선을 자신해온 서영필 회장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해 지난 14일 실적 발표 이후 5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더니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후 전망에 대해서도 그리 낙관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경쟁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브랜드숍 매출 순위에서 에뛰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 2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1분기 매출 1060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이다. 각각 34%, 43%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에뛰드는 매출 785억원을 기록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다.

현재 화장품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고, 중저가 브랜드들의 과열 마케팅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해외사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풍부한 물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이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SK-Ⅱ, 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과의 제품 비교까지 불사해온 미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젠 시장에서 초기만큼 큰 충격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세일이나 미투마케팅 등에 소비자들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매출 하락세를 막을 특효처방이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샐러리맨 신화'의 서영필 회장, 이대로 주저앉나

지난해 6억380만원의 연봉을 받은 서영필 회장은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피죤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4년여간 화장품을 연구했다. 그러던 중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화장품 인생을 시작한다. 지난 1993년 말 사표를 낸 뒤 방향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했다. 우여곡절 끝에 96년 엘트리라는 회사를 세우고 잎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때 온라인 마케팅에 눈을 뜬 서 회장은 2000년 미샤를 선보이면서 처음으로 브랜드숍 시대를 열었다. 뷰티넷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입소문이 미샤에 날개를 달아줬고, 출범 4년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샤는 2003년 말 론칭한 더페이스샵의 공격적인 전개에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면서,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됐다. 이에 해외 사업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서 회장은 2008년 국내 경영에 복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파격적인 할인마케팅과 비비크림 등 트렌드 제품을 재빠르게 만들어냈다. 그 결과 2009년 1800억원, 2010년 2500억원, 2011년 3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것일까. 화려했던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올 것인가.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숍 간의 경쟁 심화, 매장 확대에 따른 임차료 및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 광고·판촉 등 마케팅 비용이 증가된 것이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파악된다"며 "지난 1분기 대비 100개 매장이 개장한 만큼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증가 추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어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의 미샤를 있게 한 공격 마케팅이 오히려 오늘날 미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샤의 파격 세일로 촉발된 브랜드숍간의 과도한 경쟁이 출혈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미샤에 대응하고자 더페이스샵이나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은 대기업 자본력을 앞세워 세일로 맞붙고 있고, 소비자들은 여러 브랜드에 나눠서 지갑을 열고 있다. 빅세일 시즌에도 예전같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어진 것.

더욱이 미샤는 오랜 기간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미샤의 부활을 책임지며 탄생한 M 퍼펙트 커버 BB크림은 100만여 개가 팔려나갔다. 후속 제품인 M 시그너처 리얼 컴플릿 BB크림은 출시 8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뒤이어 출시된 한방화장품 등 고가 라인도 스테디셀러로 인정받았으며, 2011년에 출시한 시그너처 바이브레이팅 마스카라도 브랜드숍 최초 진동 마스카라로 나온 지 2개월 만에 10만개가 팔렸다. 그러나 2012년 명품 화장품과의 '맞짱'을 선언하면서 나온 에센스나 아이크림 등이 이슈를 만들어낸 뒤엔 좀처럼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외적 상황 또한 좋지 않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소비 위축 등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지하철 매장 운영권 관련 법적 다툼에서 승소를 한 점은 서 회장의 어깨 짐을 덜어준 일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 미샤가 그러했듯이 통념을 깬 새로운 제품과 유통채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후 매출 하락세를 막기 점점 어려워지리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안팎으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역전의 고수' 서영필 회장이 이번엔 어떤 카드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승부사로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