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당일에 거액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성과급이 깎이는 하나금융그룹 내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란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성과급 지급 결정은 내부 기안과 결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4월 16일 저녁 때 하나금융그룹의 지주사와 계열사로 갑자기 지시가 내려온 정황이 드러났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 내규엔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급을 절반까지 깎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감독원의 김종준 행장에 대한 중징계 전날인 4월 16일에 성과급을 결정하고 다음날 바로 지급하는 초특급 처리로 성과급을 온전히 보전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그룹 측은 "김 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과 성과급 지급은 별개의 사안이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성과급은 지급된 것"이라며 "장기 성과급은 회계연도 종료 4개월 내인 올해 4월 안에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하나금융그룹에 사전에 통보한 상황에서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중 하나은행 종합검사 후 제재방안을 마련할 때 이번 성과급 지급에 대한 적절성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그룹과 김 행장의 향후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후 퇴진 요구에 대해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고 사실상 거부를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일반적으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임원에서 퇴진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김 행장이 퇴임을 거부하면서 금융감독원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거취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김 행장 건은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투자였다는 게 명백한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감독 당국의 생각"이라고 김 행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해왔다. 그런데 하나금융그룹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합병, 하나은행의 KT ENS 협력업체 사기 대출 등 굵직한 사건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계속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