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미만 소액 예금도 이자를 받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소액 예금에 대해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던 영업 관행을 12년 만에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예금의 잔액이 50만원 미만이라도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농협은행도 각각 50만원과 30만원, 20만원 미만의 예금에 대해 곧 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다. 조치는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에도 모두 적용된다.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가계당좌예금, 기업자유예금, 국고 예금이 포함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정부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안착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불똥이 금융지주로 옮겨갈 경우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몫했다는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 뿐 아니라 금융계에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고 협조하지 않은 듯 비춰질 경우 사정당국으로 부터 현미경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해있다"고 말했다.
소액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한 것도 정부 눈치보기의 일환인 셈이다. 과거 은행들은 소액 예금에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은행들이 1000억원 가량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계좌1개에 통장발급비용과 인건비, 전산비, 임대료 등 간즐용이 녹아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액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 만큼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소액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시중은행의 영업방식이 도입된 것은 2000년부터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기존 방침대로 계좌유지수수료를 들여오면서 소액 예금에 대한 부리(부리) 논란을 일으키며 시작됐다. SC은행은 소액 예금의 경우 오히려 계좌유지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월 2000원씩 수수료를 받으려 했지만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아 큰 반발을 불러왔다. SC은행의 부리 논란이 후 은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소액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운영방식을 적용, 운영해왔다. 자칫 담합논란까지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예금이나 대출 이자로 '꼼수'를 부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2011년까지만 해도 중도해지 이자나 예금이 만기가 된 뒤 찾아가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만기 후 이자가 수시입출식 예금 이자와 비슷한 0%대로 턱없이 적게 책정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감원 지도에 따라 중도해지와 만기 후 이자 체계를 뜯어고치고 만기 후 1~3개월까지 만기 기본 금리의 50% 또는 이 기간에 해당하는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해주고 있다. 17개 은행이 올해 6~7월 두 달 동안 고객에게 돌려준 이자는 모두 240억원. 피해를 본 차주가 6만6431명으로 1인당 평균 36만원에 달했다.
외환은행은 7월 절차를 무시하고 고객의 대출 가산금리를 올려 303억원의 이자를 더 받은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 7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