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을 돌아보고 챙길 수 있는 달이다. 특히 우리 아이, 배우자, 부모님의 건강은 언제나 최고의 관심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의 목소리 건강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흉터도 없고, 별다른 통증도 없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부모님의 목소리 건강부터 살펴보자. 부모님은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점점 거칠고 허스키하게 변하는데, 이는 성대가 늙고 약해졌다는 신호다. 30세 이후로 몸의 노화가 시작되면서 성대의 노화도 진행되는 것이다.
보통 목소리를 낼 때 성대 주변에 있는 400개의 근육이 움직이며, 1초에 100번 이상 성대를 진동시킨다. 나이가 들면 성대 인대의 긴장이 떨어지고, 성대 주변 근육이 위축되며, 탄력도 떨어져 주름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성대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서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난다. 또 성대 진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점액의 분비도 줄어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쉰 목소리가 나는 탁성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는 후천적으로 교정이 가능한 만큼 꾸준한 관리와 치료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평소 복식호흡을 자주하고, 소리 내어 웃는 습관을 들여 자연스러운 발성을 내고, 물을 자주 마셔서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음성치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덜덜 떨리는 언니, 오빠의 목소리
언니, 오빠가 있다면 목소리 떨림 증상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누구나 긴장을 하면 목소리가 떨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조금만 흥분해도 목소리가 떨려 '우느냐'는 오해를 받는다면 '연축성 발성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후두신경 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성기관을 형성하는 후두 근육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 성대의 진동이 불규칙해져 음성이나 발성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말을 할 때나 노래를 할 때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려 연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다.
이 증상은 환자의 8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면접이나 업무 미팅, 프리젠테이션 등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된다.
보통 음성치료, 약물치료, 보톡스 치료를 통해 개선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성대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보톡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반복되는 보톡스 주사의 횟수를 줄이고 스스로 목소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음성치료를 동시에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어른보다 허스키한 아이 목소리
아이들의 경우, 어릴수록 격렬한 행동과 함께 과도한 발성 습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습관을 가진 아이들은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 등의 목소리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가수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성대결절은 6~7세 이상의 남자 어린이에게도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러한 성대결절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남용하고, 무리한 발성 습관으로 인해 나타난다. 발성 시 반복되는 진동으로 자극을 받아 성대 점막이 점점 두꺼워진다. 가장 흔한 증상은 쉰 목소리가 나는 것이며, 노래할 때 더욱 민감하게 느껴진다.
성대에 말미잘 모양의 부드러운 종기인 폴립이 발생하는 성대폴립도 나타날 수 있다. 성대폴립은 목소리를 남용하거나 혹사로 인해 성대 점막 안쪽에 출혈이나 부종이 생겨 차차 폴립이 형성되는 것이다. 성대결절과 비슷하게 쉰 목소리가 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성대폴립이 커지면 공기의 통로도 좁아져 호흡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과거 성대결절과 성대폴립 치료는 수술적인 치료를 주로 했지만 최근에는 주사치료와 같은 비수술 음성치료만으로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특히 아이의 발성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음성치료가 도움이 된다. 안 원장은 "음성치료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문제점을 인지해 놀이를 겸한 소리, 노래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면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