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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아이에게 보약이 필요할 때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1:00


추석 명절을 쇠고 나면 가을은 더욱 깊어진다. 명절증후군과 더불어 아침저녁의 찬바람 탓에 감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장염 등 아이의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걱정될 때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은 잃었던 입맛도 살아나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성장발육이 잘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기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아이는 이런 계절 변화의 리듬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환절기와 새 학기를 보내면서 일교차, 차고 건조한 바람, 달라진 일상, 학습 스트레스 등으로 잔병치레에 시달리게 된다.

여름을 힘겹게 보낸 아이, 가을에 지친다

고재경 아이누리한의원(인천점) 원장은 "겨울을 준비해야 할 가을, 남들보다 몇 배 더 지치는 아이들이 있다. 원체 타고난 기력이 허하거나, 속열이 지나치게 많거나, 비위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여름 동안 원기를 쌓지 못한 경우이다. 특히 지난여름 기와 혈의 소모가 많았던 만큼 충분한 보충을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통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감기 환자가 1.5배 정도 늘어난다. 가을에 감기가 더 자주 걸리는 이유는 무더운 여름 동안 고갈된 아이들의 체력에 계절적인 특성이 더해진 탓이다.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일교차가 심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건조한 날씨는 코 점막을 약하게 만들어 작은 외부 자극에도 예민하게 만든다. 안으로는 면역력과 기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고, 밖으로는 병을 유발하는 자극 요소들이 넘쳐나는 때이다. 외부 자극 요소에 맞서 이기려면 지친 아이의 기력을 북돋우고 면역력을 다져야 한다.

아이에게 보약이 필요한 순간은 이 때


기력을 북돋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아이의 영양 섭취와 충분한 휴식, 적절한 운동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회복이 더디다면 더 늦기 전에 '약보', 즉 보약으로 기와 혈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고재경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이 꼽는 아이에게 보약이 필요한 순간은 다음과 같다.

-기초 체력이 부족해 쉽게 지칠 때.

무더위로 축축 처지는 여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안 움직이려 하고 쉽게 지치는 아이가 있다.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하거나 활동량에 비해 너무 피곤해하는 경우이다. 잘 때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빈혈이 아닌데도 어지럽다는 말을 한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코피를 흘리기도 한다.

-환절기 되자마자 병치레에 시달릴 때.

계절적, 환경 변화에 민감해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잘 받고 잔병치레에 시달리는 경우이다. 워낙 허약 체질이라서 외부 사기(邪氣)의 공격에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감기를 달고 살거나 각종 감염 질환에 시달린다.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통 먹질 못할 때.

가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입맛 없어 하며 밥 한 그릇 비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평소 음식 먹는 양이 적거나 편식을 하는 아이도 있다. 보약을 먹기 전에 아이에게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은 양질의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욕부진과 편식이 있다면 먹는 양도 적고 영양도 불균형해 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기나 비염 등을 달고 살 때.

일 년에 절반 이상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라면 워낙 호흡기 면역력이 약한 것이다. 찬바람을 쏘이거나 찬 음식을 먹어도 기침이 잦다. 아토피나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에도 정기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성격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때.

오장육부 중 심장 기능이 허약한 아이는 성격이 예민하고 잘 놀래는 경우가 많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평소 짜증이나 신경질을 많이 낸다. 이 경우 아이는 살도 찌지 않아 마르고 얼굴색도 창백하다.

-가을 보약이 겨울의 한기를 이기게 한다.

대개 봄가을에 보약을 많이 복용하는 이유가 있다. 어린 아이는 계절,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기혈을 보해 계절적 특성이 뚜렷한 여름과 겨울을 수월하게 나기 위해서이다.

봄에 먹는 보약은 지난겨울의 한기를 없애주고 더운 여름을 잘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생명력이 약동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에 맞춰 아이도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을에 먹는 보약은 여름의 열기를 풀어주고 호흡기 면역력을 높여 추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봄가을에만 보약을 먹여야 할 필요는 없다.

고재경 원장은 "봄가을에 보약을 복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라 보강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복용할 수 있는 것이 보약이다. 효과적인 복용 시기와 처방은 아이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1:1 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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