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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 후 일 년째 구직활동 중인 A군(28세). 수없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탈모마저 생겼다. 한 중소기업의 중역으로 20년 넘게 몸 바쳐 일한 B씨(55세). 갑자기 구조조정 통보를 받고 지방 자회사로 좌천되어 여생을 보내야 한다. C씨(46세)는 대대로 이어지던 가업이 기울면서 아내와 딸은 집을 나가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좀도둑이 됐다.
그렇게 '무지개 곶의 찻집'을 방문한 후, A군은 진정 하고 팠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B씨는 짝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먼 지방도시로 떠나가지만, 늦은 나이에도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란 축복임을 깨닫는다. 도둑질하러 온 C씨는, 자신을 보고 놀라지도 않고 따스한 차와 감동적인 음악을 선물하는 에쓰코 씨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떨군다. 하룻밤을 묵고 간 그의 주머니 안에는 에쓰코 씨가 몰래 넣어둔 꼬깃꼬깃한 지폐가 들어 있었다. 이렇게 항상 행복과 치유의 손길을 전하는 에쓰코 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지개 곶의 찻집'. 그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가게가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운명처럼 머물러 가는 '위로의 정거장'이다.
이 이야기는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의 에피소드 중 일부다. 대지진과 끝없는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서정적이고 따스한 문체로 위로를 전해온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고향에 실존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을 취재한 뒤 따스한 상상을 더해 탄생시켰다. 작고 포근한 찻집의 내부와 소품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살려내며, 독자를 부드러운 커피향과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치유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뭉클하면서도 유쾌한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덮고 나면 멀리 후지 산이 보이고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볼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불어오는 '무지개 곶의 찻집'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희망도 품게 된다. 돌아가는 길에는 찻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와 달리 잊고 살았던 '더 나은' 나를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