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이후 회가 거듭할수록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완연하게 찾아온 봄 날씨,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는 관객 또한 늘어나고 있다.
약간의 알코올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기분을 좋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과음으로 이어지면 문제가 된다. 장내 반입이 금지된 소주까지 가져와 경기를 관람하며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고, 때로는 과도하게 음주를 한 관객이 경기장 내로 술병이나 쓰레기를 투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아예 경기장에 난입해 관중과 선수들 간의 시비, 폭행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과도한 행동은 술기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술을 마시면 정보의 수집능력과 처리능력이 둔화되고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손실된다.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둔감진다. 흔히 '술을 마시면 용감해진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평소라면 차마 할 수 없는 행동, 이를 테면 사소한 부딪힘에 주먹다짐을 하거나 주위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방가를 하는 행동 등도 그에 해당된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술버릇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폭력적인 술버릇도 병이라는 것을 인식해 술을 조절하려고 노력하거나 조절이 불가한 경우는 단주하여야 한다. 술을 마실 때마다 만취할 지경까지 마시고 폭력적인 행동이 반복된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장에서의 음주가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다.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안방이나 호프집 등 술잔을 들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두자.
승리 후 마시는 술 '원샷 주의!'
응원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음주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경기에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술을 청하며 또한 기분 좋은 술이 덜 취한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적으로 술을 마시기 쉽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기분 좋아 마시는 술도 과음하게 되면 오랫동안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있게 되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분이 좋거나 흥을 돋울 때 원샷을 하는 문화가 있어 혈중에 알코올 농도가 급상승해 금방 취하게 된다"고 말했따.
빠른 속도로 폭음을 하게 되면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빠르게 마비시켜 심하면 급성 알코올 중독 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게다가 취한 상태에서 응원하는 팀이 이겼다고 흥분까지 하게 되면 혈압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루 알코올 섭취 허용량은 20㎖ 이하(맥주 1캔, 소주 2잔, 와인 2잔) 정도이며, 여자와 체중이 가벼운 사람은 허용량의 반만 섭취하도록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로서 알코올로 인해 혈압이 상승한 경우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패배 후 마시는 술 '더 우울해지는 걸'
반대로 응원을 하다가 좋아하는 팀이 패했을 때에는 술이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할까. 경기의 패배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알코올 소비량과 스트레스는 정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외부의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려는 의도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해 기분전환을 꾀한다.
전용준 원장은 "음주는 기분을 좋게해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그러나 장기간 과음이나 폭음을 하면 알코올 그 자체가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조직들(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직접 작용해, 이곳들의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스트레스 지수를 더 높인다"고 말했다. 또 "기분이 나쁠 때에는 강박관념이나 스트레스 탓에 나쁜 기억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덧붙인다. 술은 좌절감이나 우울감을 더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술 마신 다음날 더 우울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 당연하게 술을 찾는 사람이라면 우울해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서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울함을 가속화하는 술을 되도록 멀리 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 것을 권한다.
경기 관람 중 음주는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지만 꼭 술을 마셔야 한다면 다음 수칙을 지켜 건강도 지키고, 더불어 건강한 관람문화도 만들어가도록 하자.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 관람 중 음주, 이것만은 지킵시다!
1. 경기 관람도 식후경
경기장에 가기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도록 한다. 빈속에 마시는 술은 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위벽을 상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간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알코올 분해가 늦어지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술을 더 급하게 마시게 돼 더 빨리 취하게 된다. 배가 고프면 술이 더 당기기 때문에 경기 전 식사를 하면 포만감 때문에 마시는 술이나 안주의 양도 줄어든다.
2. 치맥(치킨+맥주) 말고 치맥(치즈+맥주)
치킨과 맥주로 야구장 단골메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킨, 튀김 등의 안주는 알코올의 분해를 방해하고 지방간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되도록 치즈와 같은 저지방 단백질 식품이 좋으며,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를 간식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3. 성대를 지켜라
술은 성대도 손상시킨다. 목청껏 응원을 하면 평소에 잘 안 쓰던 성대를 쓰게 되는데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던 사람일수록 손상이 더 커진다. 목소리가 쉰 것 같으면 목을 쉬어주도록 하고, 탈수를 유발하는 술 대신 성대를 윤활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물을 풍부하게 섭취하도록 한다.
4. 숙취해소, '물'이 답이다
경기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과한 음주를 했거나 밤잠을 잘 이루지 못했을 경우 아침까지 숙취에 시달릴 수 있는데, 대소변을 통해 몸 속 알코올을 배출시킬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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