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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마트 점주들, "본사 마진 줄여라"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1-11-24 15:33


"점주들은 점포 난립으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부진에 시달리는데, 본사는 어떻게 매년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납니까?"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훼미리마트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A씨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에서 20여년 간 근무하고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10월분 정산결과 가게 임대료(110만원)와 아르바이트생 고용비(250만원)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고 했다. 훼미리마트 편의점 체인을 운영하는 (주)보광훼미리마트는 매월 점포별 매출 총이익을 본사와 점주가 나눠갖는 이익분배 방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

점주가 점포를 임차하고 임대료를 내는 운영형태의 경우 매월 초 전월 이익을 정산해 보통 점주가 65%, 본사가 35%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 훼미리마트 본사가 점포임대를 했을 경우에는 본사가 60%, 점주가 40%의 이익을 갖는 게 원칙.

직접 점포를 임대하는 방식을 선택해 매월 매출 총이익의 65%를 본사로부터 배분받는 A씨는 "편의점 성수기(5~9월)에는 인건비 정도는 건진다. 하지만 요즘같은 비수기에는 생활이 되지않는다"고 호소했다.

A씨가 아침에 점포로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6시50분.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직접 계산대를 지킨다. 오후 5시부터는 다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만 챙길 게 많아 밤 늦은 시각에 퇴근하기 일쑤다.

그는 "가게가 잘 안돼 그만두고 싶어도 계약기간 내 영업을 중단하면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맘대로 그만두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훼미리마트에서 점주가 점포를 임대하는 방식의 영업을 선택할 경우 계약기간은 보통 5년이다.

A씨는 "훼미리마트 본사는 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일선 점포는 힘들어도 본사는 손해를 보지않는 구조인 것 같다. 요즘 백화점 업계에서도 수수료를 내린 만큼 본사가 이익을 조금이라도 양보해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서울에서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또다른 점주 B씨도 본사의 이익배분을 거론했다.

"편의점 운영으로 인건비 정도를 버는 수준이다. 24시간 점포를 운영하다 보니 밤에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퇴근을 해도 도둑이라도 들까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 명절도 쉬지않고 1년 내내 어렵게 장사를 한다. 물론 목 좋은 점포는 상당액을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의 흐름이 형성된 만큼 직접 일선에서 장사를 하는 점주들에게 본사가 이익을 좀 더 챙겨주면 좋겠다."

B씨는 훼미리마트의 근거리 점포개설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B씨가 소속된 지역에는 반경 약 1.5㎞이내에 훼미리마트 점포가 6개가 있다. 최근 B씨 가게에서 100여m 떨어진 지점에 신규 훼미리마트 점포가 개설됐다. B씨는 "본사에서는 우리가 개설하지 않더라도 다른 편의점 체인에서 우리 점포 인근에 점포를 개설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하지만 똑같은 물건을 파는 점포가 인근에 생기면 기존 점주는 매출감소의 타격을 받게된다"고 근거리 점포개설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편의점 업계 1위인 보광훼미리마트의 점포수는 지난 8월 6000개를 돌파했다. 10월 현재 64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5000점을 돌파한 뒤 1년여만에 1000개 이상의 점포가 증가했다. 지난 1990년 서울 송파가 가락동에 1호점을 오픈한 훼미리마트는 1992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그러다가 IMF 위기를 겪으면서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과 맞물려 2000년대들어 점포수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2002년 1000호점이 개설된데 이어 2003년 2000개, 2005년 점포수 3000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점포수 증가와 더불어 보광훼미리마트의 이익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려온 상태. 지난해에는 747억원의 영업이익에 6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도(2009년) 492억원에서 37% 증가한 수치. 점포수 1000개 시대를 연 2002년 보광훼미리마트의 당기순이익은 135억원이었다. 2004년 당기순이익 228억원으로 200억원대를 돌파한데 이어 2007년 334억원, 2008년 4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보광훼미리마트는 2000년대 들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익이 증가했다. 기업의 이익창출 능력인 ROE(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를 살펴보면 보광훼미리마트가 장사를 잘 해왔다는 것이 입증된다. 지난해 기준 보광훼미리마트의 ROE는 약 25%. 유통업 평균 ROE가 18%이고 주요 대기업의 평균 ROE가 15%인 점에 비춰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보광훼미리마트 측은 "점주들의 평균 이익금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이익금의 대부분을 사내 유보하지 않고 재투자한다. 우리 회사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파이를 키워 점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 정도밖에 되지않아 백화점 업계보다도 훨씬 적다"고 강조했다. ROE가 높은 것은 점주들이 소정의 가맹비를 내는 가맹사업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근접점포 개설지적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에도 편의점 영업권에 대한 거리제한은 없다. 일선 점포가 이익을 내야 본사도 이익을 내기 때문에 점주들의 이익을 배제하고 영업점을 개설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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