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주부 명예기자가 간다!]밥알이 바람에 날리는 '알뜰장터의 파격세일 쌀'

최민우 기자

기사입력 2011-11-24 10:11



 얼마 전에 아파트 단지 내 열리는 알뜰장터 입구에 쌀포대를 켜켜 쌓아두고 헐값으로 파격세일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2009년산이지만 최근에 도정했다며…혹시 생각 있으시면 한 포대 사가라는 것이었다. 가격은 단촐하게 3만원!! 20kg으로는 절대 나오기 힘든 가격이었다.

 이때부터 홈쇼핑 마감직전 매진 임박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아… 정말 갈등의 연속이었다. 마트에 쌀을 사러 가서 쓸데없는 공산품에 먹지도 않는 이것저것을 주워담은 일이 도대체 몇 건인가를 상기하며 과감히 지르기로 결심했다.

 벌써 지갑을 열고 만원짜리 세장을 건네는 순간, 아저씨는 "돈 버신 거예요. 이 가격으로 쌀 어디서 못 삽니다" 안 그래도 싼 물건이라면 다량으로 충동구매를 잘 하는 탓에 입을 헤벌쭉 하며 "네… 수고하셨습니다" 대답을 한 나는 집까지 배달해주시는 그분께 감사 인사까지 날려주었다. 평소에 단순하고 잘 속긴 하지만 묵은 쌀을 먹어본 적이 없기도 하고 20Kg의 압박이 얼마나 내 목을 조를지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아… 이것이 무엇인가… 밥을 하고 보니 이 쌀들의 정체는 무엇이더냐 말이다. 후~불면 날아갈 듯 각개전투를 하는 이것들의 형상은 마치 바람 불기를 기다리는 어린 꼬마들 같았다. 처음에는 햅쌀이 아니라 그럴 것이라는 굳은 지조를 보이며 보름 동안 밥을 열심히 해댔다. 볶아도 보고, 쪄보기도 하고, 잡곡과 섞어보기도 하고… 그러나!!! 절대 이건 아니었다.

 휴가지에 가서 흩어지는 밥을 먹는 순간, 짜증과 분노가 치솟았다. 콘도의 밥솥을 탓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일반 보온밥통이 아니라 쿠쿠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물었다. "엄마, 이거 베트남쌀이야? 밥알이 흩어져서 날아다녀?" 아… 이를 어쩔 것인가. "그냥 먹어둬. 안 죽어" 이 어미의 궁색한 변명은 이것뿐이었다.

 거기에 지금도 굶고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고 세계에 결식아동이 몇 명이 있는지 ?옛箏祗鳴 정말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될까봐 꾹 참았다.

 그리고 100여일이 지났지만 그 쌀은 여전히 베란다에 소복하게 남아있다. 아직도 햅쌀과 3:1의 비율로 (당연히 햅쌀이 3이다) 섞어 먹고 있다. 버렸다간 죄 받을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묵묵히 나 오늘도 죗값을 치르고 있다. 이쯤 되면 신종범죄라고 하고 싶지만 그들은 분명 2009년산이라고 얘기했고, 난 그걸 알고도 산 것이다. 소비자를 재산상의 이득을 위하여 기망하는 사기행위와는 절대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입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어리숙한 내 소비행위에 대한 댓가일 뿐이다. 방앗간에 가서 떡이라도 빚고 싶지만 공임이 너무 세서 참는 중이다. 길가에서 아직도 3만원짜리 세일에 혹해서 쌀포대를 기웃거리는 그대여, 바람불어 좋은 쌀은 피하시길!!

SC페이퍼진 1기 주부명예기자 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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