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한 획을 그을 뻔 했던 '위성 사업 민간화'가 독점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의 횡포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로 밝혀졌다.
내막은 이렇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09년 11월25일 발주한 '다목적실용위성 3A호 위성본체 주관개발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쎄트렉아이에 이어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KAI가 위성부분품인 '통합컴퓨터' 기술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업자 지위를 노린 KAI측의 불공정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쎄트렉아이는 전문가로 구성된 입찰평가위원회로부터 기술능력 등에서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업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만 이뤄졌던 우주산업을 처음으로 민관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였던 만큼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고, 쎄트렉아이는 최고의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증명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충분히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부품 공급이 실패로 돌아가며 '인공위성을 제작한 첫 민간기업'이라는 타이틀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발표가 났지만 사업권을 다시 가져온다던가 하는 것은 무리다. 이미 KAI측에서 1년 가까이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공정위에서 이런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다음 기회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제재를 받은 KAI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7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아직 정식공문이 안 왔지만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알리고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관련기술 협조가 강제의무사항인가라는 점이다. 이미 공정위가 조사할 때도 이 점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강조한 이 관계자는 "설명회나 간담회 당시 다른 입찰참가 회사인 대한항공 측에서 '부분체 제작업체가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했을 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은 '법적인 것은 없으나 참여기업이 적절히 참여해 줄 것으로 믿는다' 정도의 발언만 했다. 게다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합컴퓨터 기술은 항공우주연구원측도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다. 우리를 거치지 않아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의 조사관은 "KAI측이 보유한 기술은 94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해당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3차례의 간담회와 입찰요구조건 설명 등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되지 않더라도 해당 기술에 대한 협조를 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형평성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