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환자 10명 중 2명은 당뇨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일반 당뇨환자에 비해 공복혈당(122.07±36.87mg/dL)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식후혈당(294.34mg/dL)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당뇨병 검사인 공복혈당(8~12시간 금식 후 측정 혈당) 검사만으로는 당뇨진단에서 누락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부하검사에서는 49.3%(111명)가 정상으로 분류된 반면 공복혈당 검사에서 80%(181명)나 정상으로 분류됐다.
즉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30.7%(70명)가 실제로는 당뇨나 당뇨 전단계에도 불구하고 공복혈당 검사만 시행한 경우에 당뇨병 진단에서 누락된 것이다.
또한 알코올 의존증에 당뇨병이 동반될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중 비당뇨군(92명)과 당뇨병군(46명)으로 나눠 신경인지기능을 비교한 결과 당뇨병군에서 검사항목들의 평균치가 전반적으로 비당뇨군 보다 낮았으며, 특히 언어영역과 시각적 판별기능, 집중력을 반영하는 바꿔쓰기(Digit symbol) 검사에서 유의하게 저하된 것을 확인했다.
김대진 교수는 "과도한 음주는 췌장의 호르몬 분비기능을 악화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기 때문에 당분해 능력이 감소되므로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한 "알코올은 공복혈당을 떨어뜨리고 식후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서는 일반적인 공복혈당의 측정만으로 당뇨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알코올 의존증 환자 뿐 아니라 평소 음주량이 많고 음주횟수가 잦은 사람들은 좀 더 면밀한 검사를 통해 당뇨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당뇨병이 동반될 경우에는 인지기능의 장애가 보다 촉진돼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로 이행하는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학술연구용역사업으로 실시됐으며, 연구결과가 중독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미국 알코올중독연구학회지 '알코올리즘 : 임상 및 실험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5월호와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 레터(Neuroscience Letter)' 6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과 함께 시행한 동물연구에서 알코올을 섭취한 당뇨쥐에서 일반 당뇨쥐에 비해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의 기능이 더욱 손상된 것을 입증했다. 또한 당뇨쥐와 정상쥐에게 똑같이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투여했을 때 당뇨쥐에서 두뇌의 성장요인 중 하나이자 건강한 조직 생성을 돕는 BDNF(뇌유도-신경성장인자) 수치가 더욱 저하됨을 보고한 바 있다.
한편 알코올 의존증은 병적인 음주 양상을 보이고 내성이나 금단 증상이 동반되며, 음주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간기능 장애, 위장 장애, 심장 장애 등의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알코올성 간염 및 알코올성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할 시 60만 명 이상이 당뇨병 및 당뇨병 전단계 진단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빠른 시간 내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