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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호가하는 귀한 몸, 경주마 여름나기 백태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1-07-15 15:31


천장 곳곳에 설치된 직경 2m에 달하는 대형 선풍기가 연신 시원한 바람을 내놓는 곳. 내리쬐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건물 밖에 대형 차양막이 설치된 곳. 언뜻 생각하면 피서지나 야외수영장이 떠오를만하지만 이곳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주마들의 쉼터, 마방이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들의 등은 땀에 젖어 등에 짝 달라붙었다. 얼굴로 쉼 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보지만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다. 그러나 경주마들은 평온하다 못해 호사스러운 여름을 나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면, 높은 불쾌지수와 함께 온 몸을 뒤덮는 땀으로 쉬이 지치기 마련이지만 부경경마공원에 입사한 900여 마리 경주마들은 오히려 사람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물이 최고다. 경주마도 여름에는 사람처럼 수영장에서 더위를 ?는다. 하지만 경주마에게 수영장은 단순한 물놀이의 장소가 아니라 지옥훈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경주마들의 수영조교는 수영을 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 질환을 치유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수영조교는 경주마에게는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많은 조교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경주마가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1600m 정도의 주로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찜질로 여름을 잊기도 한다. 원적외선 찜질이 대표적이다. 경주마는 마방 천장에 설치된 원적외선 치료기로 찜질을 받는다.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 촉진은 물론,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를 풀 수 있고, 피부염도 치료할 수 있어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찜질을 받는 경주마는 사람과 똑같이 두 눈을 감고, 낮은 울음을 운다.

얼음찜질도 많이 한다. 얼음을 가득 넣은 팩을 경주마의 신체 중 가장 온도가 높은 다리에 감아준다. 근육경련을 예방하면서도 다리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경주마의 다리는 체구에 비해 매우 얇아 주된 부상부위다. 특히 여름철에 발목부위에 열이 오르면 부상위험이 있어 경주에 출전했거나 훈련을 마친 경주마는 얼음찜질로 열을 식혀준다.

보양식은 여름철 힘의 원천이다. 몸무게가 평균 500kg인 경주마는 하루에 1만6000Kcal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사람으로 치면 공기밥 35개 이상이다.


경주마는 매 경주마다 전력 질주를 하기에 많은 열량을 소비해 여름이면 특별한 보양식을 먹곤 한다.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와 인삼가루,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말이 좋아하는 음식인 당근과 각설탕 등을 별미로 제공한다.

과거에는 채식을 하는 경주마에게 억지로 뱀이나 지네, 삼계탕 등 동물성 음식을 먹여 체력을 보충시켰다고도 하나 지금은 배합사료의 영양소가 훌륭하기에 직접 경주마에게 뱀이나 지네 등을 먹이지는 않는다.

여름철 청결한 마방관리도 필수. 여름철 무더위 못지않게 경주마를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기와 파리. 이들 불청객들은 경주마의 엉덩이에 착 달라붙어 극성을 부리기 일쑤다.

경주마는 연신 이를 ?느라 꼬리를 흔들어대는 통에 밤잠을 설치게 되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무게까지 줄곤 한다.

그래서 마방마다 모기를 쫓는 전자파 전등은 물론 방역용 소독기까지 설치해 모기 퇴치에 나선다. 일부 마방에서는 경주마들이 마방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까지 설치해 24시간 주시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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