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차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매일 목숨을 담보로 투싼 승용차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끊임없이 시동이 꺼지는 고장을 일으켜 최씨는 속을 태우고 있다.
주행 중 갑자기 멈춰서는 투싼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씨는 한달여 후인 6월24일에는 외곽순환도로 계양 IC 부근을 달리다 시동꺼짐 현상을 경험했고 그날만 두차례 더 시동이 꺼졌다. 최씨는 현대차 서비스센터로 연락, 승용차는 견인돼 인천시 가좌동에 있는 현대차 사업소로 옮겨졌다.
며칠 후 엔진의 커먼레일 교체 후 자동차를 인도받은 최씨의 '투싼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월15일도 운행 중 4차례 시동꺼짐 현상으로 인천사업소에서 정비를 받은데 이어 9월18일에도 시동꺼짐으로 견인 후 점검을 받았다.
정비소에서 계속 수리를 받는데도 시동이 자주 꺼지자 최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대차에서 새 차로 교환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에 소비자원이 나서 이를 해결해 주도록 요청한 것이다.
소비자원은 최씨와 만나 각종 정비관련 서류를 점검한 끝에 지난해 최씨가 겪은 6번의 시동꺼짐 고장을 모두 인정했다. 이에 '1년 이내에 제품의 동일한 결함이 4번 이상 반복될 때에는 교환해 준다'는 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최근 현대차 측에 최씨에게 새차로 교환해주도록 결정했다.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재판 상 화의의 효과를 갖는다. 양 당사자가 이를 따르면 분쟁은 종료되지만 이에 불복할 경우 정식 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번 소비자원의 결정을 거부했다.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씨가 새차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정식 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최씨는 "향후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소보원의 결정을 거부했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최씨가 주장한 6번의 시동꺼짐 현상 중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은 2차례 뿐이기 때문에 소보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차량을 수리하면서 전자시스템의 코드를 확인한 결과 2회만 시동꺼짐 결함으로 결론났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나머지 경우에는 시동꺼짐 결함부분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고객 서비스 방식도 문제
최씨는 이번에 소비자원과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에 대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씨가 지난해 말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현대차는 곧바로 최씨의 승용차에 디로거(D-LOGGER)를 부착시켰다. 디로거는 차량 엔진의 내부 동작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의 데이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장비.
최씨는 "현대차 측에서 디로거를 장착할 당시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고 '디로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해줬다. 그래서 왜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얘기했더니 '소비자가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씨의 승용차에 디로거가 부착된 후 올 4월21일 최씨는 투싼으로 출근 중 또다시 시동이 꺼지는 현상에 맞닥뜨렸다. 당시 차량을 도로의 한가한 쪽으로 이동시킨 뒤 디로거를 눌렀다. 최씨는 이를 현대차에 통보했고 현대차에서 디로거를 점검했다. 그런데 디로거에선 아무런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 직원은 최씨에게 "디로거는 시동꺼짐 현상 발생 후 50초 이내에 눌러야 자료가 남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최씨는 "디로거를 부착할 당시 그같은 설명을 해줬으면 자료가 남았을 것이다. 사전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져 경황이 없는데 어떻게 곧바로 디로거를 누를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그 사실은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 최씨 사건을 조사했던 소비자원의 관계자는 "현대차 쪽에선 충분한 자료가 있는데도 최씨의 주장을 거의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현대차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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