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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여왕의 일장춘몽(一場春夢) "더비 우승 마주(馬主)"

강병원 기자

기사입력 2011-06-10 12:56 | 최종수정 2011-06-10 12:56


더비 우승에 대한 여왕의 꿈이 올해도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버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 열린 제 232회 엡섬 더비(Epsom Derby)에서 '푸르 모아'(Pour Moi)가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하면서 여왕의 경주마 '칼톤 하우스'Carton House)를 3위로 밀어내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400m 경주로 펼쳐진 올해 '앱섬 더비는' 총 13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했다.

경기 초반부터 '멤피스 테네시'(Tennessee)가 계속 선행을 이끌었으나,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푸르 모아', '칼톤 하우스', '트레주얼 비치'(Treasure Beach)가 일제히 달려 나오면서 경기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경기 막판까지 혼전으로 치닫던 경주는 폭발적인 뒷심을 보여준 '푸르 모아'가 '트레주얼 비치'와 '칼톤 하우스''를 2위와 3위로 밀어내면서 극적인 우승을 이끌어냈다.

영국의 '엡섬 더비'는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마 대회다.

올해로 232회를 맞이하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엡섬 더비'는 시행됐을 정도로 영국인이 '엡섬 더비'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현재 경마를 시행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국의 '엡섬 더비'을 본떠 자체적으로 '더비'(미국 켄터키 더비, 일본 저팬 더비, 홍콩 더비, 코리안 더비) 대회를 시행하고 있으며, 자국에서 가장 뛰어난 3세 경주마를 가리는 대회로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경마의 종주국답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경마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왕실 소유의 애스콧(Ascot) 경마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년 25두 내외의 경주마를 보유하고서 주요 경마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4살 때 할아버지인 '조지 5세'에게서 조랑말을 선물받은 후부터 말과 경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지만, 끝까지 달성하지 못한 자리가 있었으니, 바로 더비 우승마의 마주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수상보다는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국에서 '엡섬 더비' 우승마 마주에 대한 영예는 상상 이상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엡섬 더비'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

1981년에 '처치 퍼레이드'(Church Parade)라는 경주마가 출전했으나, 5위에 그쳤다.

약 30년만의 재도전이었던 올해 더비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산 3세 경주마인 '칼톤 하우스'를 내세워 다시 한번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라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려 했지만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고, 영국 왕실로서는 1909년 에드워드 7세가 소유한 '미노루'(Minoru)의 우승이후 100년 동안 더비 경주의 우승마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마주(馬主)에 대한 선진국의 평가나 위상은 자못 대단하다.

마주는 원래 경마가 '왕들의 스포츠이자, 스포츠의 왕(Sports of Kings, King of Sports)'이기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직업이다.

경마가 중세 귀족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말의 달리기 시합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도 마주는 주로 사회 지도층이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됐다.

마주가 되면 단순히 경주마를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사교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로 베팅이 불가능한 중동 지역의 왕실에서 앞다퉈 유럽 및 북미의 값비싼 경주마를 사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주가 사회 지도층으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마주로 활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나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헐리우드의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미디어계의 큰손 테트 터너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부경, 제주 3개의 경마공원에서 1000여명의 마주가 활약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주라는 개념이 없이 경마 시행체에서 경주마를 일괄 소유했으나, 1993년부터 선진국처럼 개인 마주제를 실시해 왔다.

그동안 마주 선발과 운영에 다소 폐쇄적인 모습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마주나 공동마주, 법인마주 등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선진국형 마주 제도로 진화 중이다.

마주들 역시 단순히 경주마를 통한 상금 획득이라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봉사활동이나 불우청소년 장학금 지급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마주의 위상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작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주에 참가 중이다.

현재 과천시, 포항시, 상주시, 장수군, 함안군이 마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말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주 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의 말산업에 대한 홍보를 도모하고 있다.

경마팬으로서도 프로 스포츠의 지역 연고제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소유한 경주마를 응원하는 재미가 생긴 셈이다.

한국마사회는 올해에도 추가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마주 모집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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