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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쏜 '무명 외눈골퍼' 언스트의 첫 승 도전기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5-06 16:51 | 최종수정 2013-05-07 09:04


'외눈 골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기적을 쐈다. 한쪽 눈으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해 PGA 투어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기적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의 데릭 언스트(22). 언스트가 6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7442야드)에서 열린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감격스러운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끝난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데이비드 린(영국)과 동타를 이룬 언스트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승부를 결정 지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은 1207위에 불과한 그는 올시즌 출전한 7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쟁쟁한 스타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주 PGA 투어 최고의 스타가 됐다.

한 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차지한 우승이다. 언스트는 어린 시절 발렌타인데이에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다. 톱으로 PVC파이프를 자르던 중 조각이 눈에 튀면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됐다. "왼쪽 눈마저 좋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언스트가 설명한 자신의 눈 상태다. 한쪽 눈만으로 페어웨이를 공략하고 퍼트 라인을 읽어낸 끝에 그는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 출전도 극적으로 이뤄졌다. 언스트는 웰스 파코 챔피언십의 4번째 대기 선수였다. 출전 포기 선수가 나오지 않는한 대회 출전은 불가능했다. 대회 개막 4일전, 언스트는 출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2부 투어 대회에 참가차 조지아주 애선스로 렌터카를 직접 몰고 가던 중 웰스 파고 챔피언십 출전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즉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대회장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연습라운드를 통해 코스를 돌아본게 전부였던 언스트는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오르며 기적을 쓸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최종라운드 18번홀(파4)에서 극적으로 버디를 잡아낸 뒤 연장 승부 끝에 꿈에 그리던 첫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렌트카를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반납할 경우 추가요금(1000달러)를 내야 했던 그는 이 돈을 아끼기 위해 다시 차를 렌트 지점으로 몰고갔다. 이어 다른 차를 렌트해 샬럿까지 향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인생역전이 이뤄졌다. 1000달러에 쩔쩔매던 그는 우승상금으로 120만6000달러(약 13억2000만원)를 거머쥐며 하루만에 '백만 장자'로 거듭났다. 이 대회 이전까지 번 상금 총액은 2만8255달러에 불과했다.

창창한 미래도 열렸다. 다음주에 열리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해 내년 시즌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페덱스컵 순위에서도 196위(28점)에서 32위(528점)으로 대폭 상승했다. 그는 "우승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우승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돈은 돈일 뿐 잠시 왔다 사라질 테지만 앞으로 2년 동안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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