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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춘 아이언샷에 날아가던 새 맞고 즉사 "명복을 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2-07 18:54


본선 2라운드 17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는 황인춘. 사진제공=KPGA

코리안 윈터 투어에 참가한 황인춘(39·테일러메이드)이 태국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떠 안게 됐다.

날아가던 새를 맞췄다. 공에 맞은 새는 그대로 추락해 죽었다.

7일 태국 카오야이의 마운틴크릭골프리조트에서 열린 코리안 윈터 투어 1차대회 본선 2라운드. 아찔한 상황은 18번홀(파4)에서 발생했다. 135야드가 남은 거리에서 9번 아이언을 들고 두번째 샷을 날렸다. 느낌이 좋았다. 공을 치고 나서 캐디와 함께 "핀 가까이에 붙을 것 같다"면서 대화를 나눴을 정도다. 홀컵 근처에 떨어져 버디를 낚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들리며 새 한마리가 추락했다. 공은 핀 앞 30야드 지점에 떨어졌다.

그린으로 향하며 황인춘은 새의 상태를 확인했다. 참새과였다. 뒤로 누운채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진 새의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 황인춘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경기를 속개했다. 어프로치샷을 홀컵 4m에 붙였고 파를 세이브했다. 새에 맞지 않았으면

2라운드를 마친 황인춘은 기자들과 만나 새 얘기를 꺼냈다. 명복을 빌었다. 그는 "공을 맞는 순간 정말 큰 소리로 '퍽' 소리가 났다. 지나가면서 새를 딱 봤는데 불쌍하더라. 몸통을 스쳐서 날개에 맞은 것 같다. 공을 맞은 흔적이 보였다. 나야 한 타 손해 보면 되지만 새는 죽었다. 죽은 새에게 명복을 빈다"고 했다.

아찔한 첫 경험이었다. 십수년 공을 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그는 "그동안 본적도 없다. 나도 물론 처음 새를 맞췄다. 야구에서 랜디 존슨이 던진 공에 날아가던 새가 맞아 죽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골프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반 플레이를 한 박재범(31)도 처음 보는 광경. 황인춘에게 "별일이다. 어떻게 새를 맞추냐"고 하면서 황당해했다고 한다. 황인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의로 그런건 절대 아니지만 진짜 미안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대회 본선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로 공동 9위에 자리했던 황인춘은 이날 새를 맞추는 불운 속에 4타를 잃었다. 버디를 2개 낚았지만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4오버파 76타로 2라운드를 마감했다. 순위는 전날 9위에서 공동 19위(중간합계 4오버파 148타)로 10계단 추락했다.


카오야이(태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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