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강남 스타일' 세리머니 제임스 한, 알고보면 엄친아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3-02-04 17:41


제임스 한이 피닉스 오픈에서 말춤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준비된 신인임을 골프 실력으로도 입증했다. 사진은 제임스 한이 어프로치샷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캘러웨이



싸이의 말춤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점령했다.

4일(이하 한국시각) 끝난 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대회장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 골프장 16번홀(파3·162야드)은 '갤러리의 해방구'로 유명하다.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 스탠드를 설치했다. 2만여명의 갤러리가 스탠드에 앉아 선수들의 샷을 즐긴다. '정숙(QUIET)'을 요구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다.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눠도 된다. 심지어 샷이 나쁜 선수에겐 야유까지 쏟아낸다. 수년동안 이어져 오는 '전통'처럼 돼 있어 선수들도 불만이 없다. 이곳에서 최고의 팬서비스 차원의 쇼가 펼쳐졌다.

재미교포인 제임스 한(32·캘러웨이)은 이날 16번 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홀컵 6m에 떨어뜨린 뒤 장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홀 컵에 공이 떨어지자 제임스 한은 기쁨의 세리머니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을 선보였다. 갤러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제임스 한의 깜짝쇼에 화답했다. 버디를 낚은 골프공은 갤러리의 몫이었다. 제임스 한은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줬다.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배상문(27·캘레웨이)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올시즌 처음 PGA 투어에 입문한 제임스 한은 '강남 스타일'로 이름을 알렸다.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았다. 성적도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공동 16위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끝난 휴매너 챌린지에선 공동 4위에 랭크되며 골프팬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제임스 한은 네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미국학을 전공한 뒤 2003년 프로로 전향했다. 하지만 프로 입문 이후 성적은 좋지 않았다. 스폰서도 없었다. 투어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어지자 골프를 중단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기도 했다. 또 백화점에서 여자 구두 판매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제임스 한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부모의 경제적 도움으로부터 독립했다. 다른 미국 대학생들과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다. 스스로 난관을 헤쳐나갔다.

결국 골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제임스 한은 필드로 돌아왔다. 그는 직장 생활로 번 돈을 기반으로 2009년 코리안 투어와 캐나다 투어를 거쳐 미국 PGA 투어의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제 2의 골프인생을 살았다. 마침내 제임스 한은 지난해 웹닷컴 투어 시즌 상금(33만7530달러) 랭킹 5위로 상위 25명에게 주는 올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며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입성했다. PGA 투어 멤버가 되자마자 스폰서도 생겼다.

캘러웨이와 계약을 하면서 한층 안정된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재미교포 제임스 한이 16번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로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다
사진캡처=PGA 투어 홈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