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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외부인사 영입, 넘어야할 산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1-24 10:25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선출이 묘한 상황에 빠졌다. 회원들의 마음은 확인했지만 당장 돌파구가 안 보인다.

'선수 출신의 회장'과 '외부인사 영입'으로 팽팽하게 맞섰던 KPGA 회장 선거는 당초 예상을 깨고 상대적으로 무명인 이명하 프로(54)의 승리로 끝났다. 국내 최다승(43승)의 최상호 전 KPGA 수석 부회장이 인지도면에서 훨씬 앞섰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이는 외부인사 영입을 뜻한다. 이명하 프로가 "당선되면 곧바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23일 전체 유권자(정회원) 1021명 중 523명이 투표에 참가해 이명하 프로는 51%를 득표했다. 이는 이명하 프로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투어를 더 살찌울 수 있는 외부인사 수장에 대한 지지였다.

문제는 이명하 프로가 류 진 풍산그룹 회장을 추대하겠다 밝힌 데 있다. 류 회장은 재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명인사다. 골프계에도 발이 넓어 2015년 프레지던츠컵(미국 선발팀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선발팀의 격년제 골프 팀 대항전)의 한국 유치를 주도했다. 당초 골프계 일각에서 류 회장을 추대했으나 류 회장은 정관 개정, 공약 사항 이행 보증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과 구설수에 휘말리자 "뜻이 왜곡될 수 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추대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향후 누가 회장 선거에서 승리해도 나서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 와중에 이명하 프로는 류 회장을 다시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최상호 전 부회장은 투표 하루 전날인 22일밤 회원들에게 전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명하 후보가 추대하려는 류 진 회장측에 확인한 결과 이명하 후보를 모를 뿐더러 회장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투표를 코앞에 둔 회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명하 프로 역시 류 회장을 아직 설득하지 못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다른 영입인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삼고초려해서 류 진 회장님을 모시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모호함 속에서도 회원들은 이명하 프로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향후 행보는? 최상호 전 부회장도 좋은 외부인사가 있으면 힘을 합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일단 골프계가 한 목소리로 류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류 회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는 알 수 없다. 골프계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줄 의사는 분명하지만 일련의 사태들로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보인다.

류 회장이 끝내 고사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이명하 당선자가 류 회장 대신 KPGA 회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 외부인사 영입을 조건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회원들은 이명하 당선자 뒤에 서 있을 외부인사를 보고 지지표를 던졌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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