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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 3라운드. 챔피언조 청야니-최나연-양수진은 1타차로 접전 중이었다. 13번홀(파5) 티잉그라운드. 드라이버를 잡은 청야니(대만)는 13번홀 페어웨이가 아닌 14번홀 페어웨이를 겨냥했다. 아예 14번홀로 티샷을 날린 뒤 물을 건너 13번홀 그린에 투온을 시도했고, 가볍게 그린을 넘겨 이글 찬스를 만든 뒤 버디를 잡았다.
최나연(24·SK텔레콤)은 "청야니가 그쪽으로 샷을 날릴 줄 아무도 몰랐다. 갑자기 갤러리에게 비키라고 손짓을 할때 '야니가 왜 저러지, 갤러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샷 방향인데'라고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나는 그쪽으로 쳐도되는지 조차 몰랐다. 장타자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골프를 참 쉽게 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나연과 양수진(20·넵스)이 13번홀을 따라 샷을 하며 어렵사리 버디를 잡아내긴 했지만 270야드 이상을 뿌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장타 청야니의 위력은 강력했다. 청야니는 "미리 연습라운드 때 캐디와 확인해 뒀다. 13번홀 페어웨이로 그냥 치면 230야드가 남는데 14번홀로 치면 200야드 밖에 남지 않는다.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김영재 스카이72골프장 사장은 "청야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14번홀로 샷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지난해부터 대회때 13번홀과 14번홀 사이의 OB말뚝을 뽑았다. 청야니는 마지막 순간에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야니의 '변칙 티샷'으로 사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최나연과 양수진도 그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하지만 1타 차로 앞선 상태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청야니의 대담성에 경쟁자들은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었다.
15번홀(파4)에서는 더 심한 상황이 벌어졌다. 1,2라운드에 비해 이날은 티잉 그라운드를 67야드 이상 홀 쪽으로 당겨놨다. 핀까지 실거리는 265야드였다. 그린이 높아 경사까지 감안하면 275야드 정도. 하지만 그린 앞에는 4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드라이버를 잡고 원온을 노리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양수진은 페어웨이 우드로 잘라 갔고, 최나연의 티샷은 왼쪽으로 당겨져 벙커에 빠졌다. 청야니는 직접 핀을 향해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볼은 그린에 올라간 뒤 핀 4m를 지나쳐 멈췄다. 이글 찬스였다. 최나연은 파, 청야니는 이글 퍼트를 실패했지만 탭인 버디를 잡았다. 청야니가 최나연을 2타 차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장면이었다.
2라운드까지 양수진이 10언더파 단독선두, 청야니와 최나연이 9언더파로 접전을 펼쳤으나 세계랭킹 1위 청야니의 파워와 집중력은 대단했다. 결국 청야니는 보기없이 5타를 줄이며 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최나연은 13언더파 1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나연은 "같은 선수로서 이런말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해도 지금의 청야니를 이기긴 힘들다. 누가 청야니를 세계랭킹 1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지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올해 LPGA 투어 6승째, 유럽투어를 포함한 해외투어에서 3승을 더해 모두 9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로레나 오초차(멕시코)의 은퇴 이후 최강자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청야니는 "장타여서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