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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PGA 휩쓰는 롱퍼터, 만병통치약인가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9-08 14:33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벨리 퍼터를 사용중인 필 미켈슨. 사진 출처=골프 닷컴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 '롱 퍼터' 논란이 거세다. 최근 한달 사이에 애덤 스콧(호주), 키건 브래들리, 웹 심슨(이상 미국)이 4승(심슨 2승)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독특한 무기를 작창했다. 이른바 롱 퍼터다.

보통 퍼터는 34인치 내외다. 롱 퍼터는 그립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 퍼터(41인치 정도)와 그립 끝을 가슴에 밀착하는 브룸스틱(46~49인치)을 말한다.

최근 롱퍼터를 쓰는 선수들이 계속 우승하고, 필 미켈슨(미국)까지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벨리 퍼터를 들고 나오자 전세계 골프계가 시끄럽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고 있는 재미교포 미셸 위는 이미 벨리 퍼터로 바꿨다.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도 '나도 한번?'이라는 말이 나오고, 심지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롱 퍼터 열풍이 불 조짐이다.

롱 퍼터만 쓰면 퍼팅 실력이 늘까? 그렇다면 롱 퍼터를 쓰지 않는 선수들은 왜 기존 퍼터를 고집할까.

롱 퍼터는 퍼팅 개념 자체가 다르다. 벨리 퍼터는 그립을 배꼽에 대고 퍼팅 스트로크를 한다. 흡사 똑같은 원을 그리는 컴퍼스의 원리와 같다. 브룸스틱은 시계추 운동처럼 퍼터 헤드가 일정한 궤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골퍼는 퍼팅 시 일정한 스트로크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짧은 퍼트를 놓치면 심각한 자괴감에 빠진다. 이른바 '퍼팅 입스(과도한 긴장으로 근육 경직이 오는 현상)'를 겪는다.

롱 퍼터는 짧은 스트로크의 직진성이 좋지만 긴 퍼트의 거리감은 보통 퍼터에 비해 덜어진다고 말한다.

확실한 장점이 입증된 롱 퍼터지만 많은 프로 골퍼들은 롱퍼터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골프에서 롱 퍼터는 일종의 개념파괴 느낌을 준다. 골프 규칙에는 18인치보다 짧은 퍼터는 사용할 수 없지만 반대로 퍼터 길이의 상향 제한은 없다.


2002년 비제이 싱(피지·2004년 한때 세계랭킹 1위)이 벨리 퍼터를 들고 나와 우승했을 때 몇몇 선수들은 "우스꽝 스럽다"며 비아냥 거렸다. 싱은 얼마 뒤 보통 퍼터를 들고나와 보란 듯이 우승했다.

최근 미켈슨의 롱 퍼터 사용은 큰 이슈가 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이고, 최고 인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는 트렌드다. 투 피스 볼에서 스리 피스 볼로 옮겨갈 때도 그랬고, 드라이버 헤드 체적이 460cc까지 커질 때도 그랬다.

최근 PGA에서 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는 15%까지 급증했다. 1년만에 3배로 껑충 뛰었다.

아마추어의 롱 퍼터 효용성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몇몇 레슨 코치들은 "볼을 똑바로 보낼 수 없다면 롱 퍼터로 당장 바꾸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롱퍼터는 상당한 연습을 요한다. 연습, 특히 퍼팅 연습이 부족한 아마추어 골퍼들은 더욱 심각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주말 골퍼 사이에서도 롱 퍼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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