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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반전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남자 선수 부문 수상자는 로드리였다.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는 '라이베리아 축구 영웅'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1960년 루이스 수아레스 미라몬테스 이후 64년 만의 스페인 출신 수상자가 됐다. 로드리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957·1959년 2회 수상), 수아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스페인 출신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1990년대생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드리는 1996년생이다. 1985년생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와 1987년생 리오넬 메시(8회)가 장기간 독식했고, 이변을 일으킨 루카 모드리치는 1985년생, 카림 벤제마는 1987년생이었다. 로드리는 이번 수상으로 맨시티 구단 역사상 첫 발롱도르 위너가 됐다.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16년만에 탄생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발롱도르 수상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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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2관왕의 주역이었다. 리그에서 15골-6도움을 올리며 우승에 힘을 보탠데 이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골-5도움을 터뜨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를 선사했다. 특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큰 경기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상 초유의 2000년대 수상자가 예상됐지만, 막판 요동쳤다.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 수상식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류가 묘해졌다. 비니시우스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앙 음바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 전체가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 불참했다.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밀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비니시우스가 수상하지 못하면 다니 카르바할이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발롱도르와 UEFA는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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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필요하다면 10배 더 뛰겠다. 그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발롱도르의 최종 선택은 로드리였다. 로드리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다.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맨시티지만, 로드리를 대신할 선수는 없다. 펩 과르디올라식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제나 강력한 맨시티지만, 로드리 부재시 성적은 썩 좋지 않을 정도다. 맨시티는 로드리가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52경기 연속으로 패하지 않았다. 로드리가 맨시티 입단 이후 출전한 EPL 174경기에서 맨시티는 단 19패만 당했다.
2019년 7월 맨시티에 합류한 로드리는 2021~2022시즌 공식전 46경기를 뛴 것을 빼고는 2019~2020시즌 52경기, 2020~2021시즌 53경기, 2022~2023시즌 56경기, 2023~2024시즌 50경기 등을 포함해 맨시티에서 지난 5시즌 중 무려 4시즌을 50경기 이상 소화했다. 중원을 든든히 지킨 로드리의 활약을 앞세워 맨시티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EPL 4연패를 이뤄냈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유로2024 우승으로 이끌었다.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로드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지만,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발롱도르에서 5위에 올랐다. 올 시즌 더욱 강력한 후보로 꼽혔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롱도르를 받는 놀라운 역사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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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는 이같은 놀라운 활약에도 장기부상으로 쓰러졌다. 맨시티는 지난달 25일 공식채널을 통해 '로드리가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 로드리는 맨체스터에서 초기 검사를 받은 후 이번 주에 전문가 상담을 받기 위해 스페인으로 갔다. 부상 정도와 예상 예후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방십자인대 부상인지, 복귀 시점에 대해선 함구했다. 구단은 "맨시티의 모든 이들이 로드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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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부상과 관련해 일가견이 있는 피지오 스카우트는 '스포츠 바이블'을 통해 '로드리의 영상을 분석했을 때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함께 반월판 손상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른 무릎이 바깥쪽으로 휘었다. 경골 뼈도 이동한 듯하다. 물론 정밀 검사가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희소식이라 할지라도 반월판만 다치는 것이다. 그런데 조짐을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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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로드리의 발롱도르 수상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목발을 짚고 온 로드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로드리는 수상 후 "정말 놀라운 밤이다.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다. 내게 투표해 주신 모든 분들, 날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나와 가족, 조국에 특별한 날"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맨시티 동료들이 없었다면 난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있을 수 없었을 거다. 스페인 대표팀에도 감사드린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과 나와 같은 부상을 겪고 있고, 나만큼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 카르바할을 기억하고 싶다. 야말은 머지않아 이 상을 받을 거다"라며 "이건 스페인 축구를 위한 보상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케르 카시야스처럼 수상하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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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부문은 아이타나 본마티(바르셀로나)가 2년 연속 수상했 남녀 부문 모두 스페인 선수가 독식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최고의 21세 이하 선수를 뽑는 '코파 트로피'의 주인공은 스페인 우승을 이끈 17세 공격수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에게 돌아갔다.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야신 트로피'는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가 받았다.
최다골 부문인 '게르트 뮐러 트로피'는 케인과 음바페)가 공동 수상했다. 올해의 남녀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안첼로티 감독과 미국 여자 대표팀의 엠마 하예스 감독이 뽑혔다. 최고의 남자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여자클럽은 바르셀로나가 선정되며, 스페인 시대를 다시 한번 알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 발롱도르 최종 순위
1위 로드리(스페인·시티)
2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레알 마드리드)
3위 주드 벨링엄(잉글랜드·레알 마드리드)
4위 다니 카르바할(스페인·레알 마드리드)
5위 엘링 홀란(노르웨이·맨시티)
6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레알 마드리드)
7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인터 밀란)
8위 라민 야말(스페인·FC바르셀로나)
9위 토니 크로스(독일·레알 마드리드)
10위 해리 케인(잉글랜드·바이에른 뮌헨)
11위 필 포든(잉글랜드·맨시티)
12위 플로리안 비르츠(독일·바이엘 레버쿠젠)
13위 다니 올모(스페인·FC바르셀로나)
14위 아데몰라 루크먼(나이지리아·아탈란타)
15위 니코 윌리엄스(스페인·아틀레틱 빌바오)
16위 그라니트 사카(스위스·바이엘 레버쿠젠)
17위 페데리코 발베르데(우루과이·레알 마드리드)
18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애스턴빌라)
19위 마르틴 외데고르(노르웨이·아스날)
20위 하칸 찰라놀루(튀르키예·인터 밀란)
21위 부카요 사카(잉글랜드·아스날)
22위 안토니오 뤼디거(독일·레알 마드리드)
23위 후벵 디아스(포르투갈·맨시티)
24위 윌리암 살리바(프랑스·아스날)
25위 콜 팔머(잉글랜드·첼시)
26위 데클런 라이스(잉글랜드·아스널)
27위 비티냐(포르투갈·파리생제르맹)
28위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스페인·바이엘 레버쿠젠)
29위 마츠 훔멜스(독일·AS로마)
29위 아르템 도우비크(우크라이나·AS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