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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너희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다. 너희 능력을 믿어도 된다. 가서 쫄지말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주문이었다.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고시 패스'보다 더 힘든 것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
연령대별 대표팀은 나이 제한으로 또래가 함께한다. A대표팀은 나이를 초월하는 무한경쟁의 장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최고참인 김태환(33·울산)과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은 '띠동갑'으로 열 두살 차이다.
벤투호의 앞에선 '92라인'이 끌어당기고, 뒤에서는 '96라인'이 민다. 그 중심에 손흥민과 김민재가 있다. 손흥민은 1992년생, 김민재는 1996년생의 대표주자다. '92라인'에는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올림피아코스) 김진수(전북) 손준호(산둥) 이재성(마인츠) 권경원(30) 등 6명이 포진해 있다. 권경원은 '빠른 92'지만 이들과 함께 한다.
'96라인'도 화려하다. 김민재를 필두로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턴) 나상호(서울) 조유민(대전) 등 5명이나 된다. 한국 축구의 미래인 이들은 이미 벤투호의 중심에 자라잡고 있다. 가장 혈기왕성하게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92'와 '96'라인을 합치면 11명이나 된다. 최종엔트리의 절반에 가깝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부와 달린 '라인'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의미는 없다. 대표 선수는 모두 프로다. 프로의 생리는 경쟁이다. 철저하게 실력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시너지 효과는 크다. 또래간에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 '캡틴' 손흥민이 유일하게 애교를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친구들 앞이다. '볼뺏기 훈련'에서 '술래'라도 시키면 김진수에게 마스크에 손을 갖다 대고 "안보이는데"라며 칭얼댄다. 김진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마스크 투혼'의 손흥민에게 '헤딩 훈련'을 시킨 손준호는 "1992년생이 많다. 친구들은 컨디션 잘 관리하고 있어서 걱정 안해도 된다. 흥민이와 2인1조로 했는데 장난식으로 공을 던져줬는데 헤더를 잘 하더라. 꾀병이 있어서 아프다고는 하는데 마음가짐이 남다른 선수"라며 웃어 넘겼다.
'96라인'은 김민재가 세계적인 센터백으로 폭풍 성장하면서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모두가 분위기 메이커다. 김민재는 훈련장의 '군기 반장'이다. 잠깐이라도 정적이 흐르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파이팅하자."
우루과이전에서 태극전사들의 투지는 빛났다. 훈련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8년을 기다린 끝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김진수는 "진통제를 먹고 뛰고 있다. 그런데 나뿐 아니라 우리 팀 많은 선수가 진통제를 먹고 뛴. 안 아픈 선수는 없다. 그냥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비판을 받던 나상호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그는 "칭찬해 주시면 좋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다음 경기가 잘못되면 또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서 2차전 가나전만 보고 달릴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 뿐이다.
'92'와 '96'라인은 벤투호의 활력소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