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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일류 골잡이' 일류첸코(31·FC서울)가 이번여름 재회한 '단짝' 팔로세비치(29)의 요구에 골로 응답했다.
후반 18분,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를 '전담키커' 나상호가 동점골로 연결했다. 1-1 동점 상황으로 맞이한 후반 추가시간. 상암은 이대로 승점 1점 획득에 그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선제실점 후 어렵사리 동점골을 넣어 비긴다'. 이것은 올시즌 꾸준히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간과한 사실, 일류첸코의 존재였다. 투입된지 40분이 다 되도록 슈팅 하나 없던 일류첸코가 후반 추가시간 5분, 골문으로부터 대략 25m 지점에서 조영욱의 패스를 건네받았다. 오른발 발바닥으로 공을 툭 밀어넣는 동작으로 '슈팅각'을 잡은 일류첸코는 그대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일류첸코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골문 구석으로 강하고 빠르게 휘어들어갔다. 오승훈의 부상으로 후반 교체된 골키퍼 최영은을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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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첸코에게도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일류첸코는 올시즌 전북에서 주로 교체로 출전했다. '폼'(경기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4월 9일 성남전이 마지막으로 득점한 경기였다. 이번여름 과감히 전북을 떠나 서울에 입단한 일류첸코는 99일의 침묵을 한번에 깨트렸다. 정확한 득점 시간은 후반 50분14초. 2019년 포항 입단으로 K리그에 입성한 이래 지난해 11월 6일 울산전 결승골(후반 49분52초) 이후 가장 늦게 넣은 골이었다.
일류첸코는 포항, 전북 시절부터 유독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K리그1 46골 중 후반 득점이 33골로, 전체득점의 약 72%를 차지한다. 경기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이러한 해결사 본능은 안익수호에 꼭 필요한 능력이었다. 서울은 불과 6일 전 수원FC 원정에서 먼저 2골을 넣고 3대4로 역전패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57초 정재용에게 '극장골'을 헌납했다. 이날은 정반대였다. 수원FC전과 대구전의 '다른 그림'은 일류첸코와 황인범이다. 황인범은 과감한 돌파와 번뜩이는 패스로 서울 공격에 창의성과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나상호의 동점골과 일류첸코의 역전골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터져나왔다.
이번 승리는 '영입의 승리'이기도 하다. 서울은 복수의 팀과의 경쟁 끝에 일류첸코를 영입했다. 따로 리그 적응이 필요없는 검증된 공격수 영입을 위해 큰 돈을 투자했다. 황인범도 꾸준한 설득 작업 끝에 데드라인에 이르러서 '두 번째 동행'을 확정했다. 서울의 리빙 레전드 고요한과 비슷한 스타일로 알려진 케이지로는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지만, 팀 중원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자원으로 꼽힌다. 여은주 대표 휘하 선수운영팀, 코칭스태프, 스카우트팀이 합심한 결과다. 준비에 승리한 팀이 경기에서 승리한 셈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