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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인터뷰] '속은 부드러운 남자' 제주 남기일 감독, "선수, 구단, 팬. 모두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1-25 17:21 | 최종수정 2022-01-26 07:59



[순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제는 당연히 변해야겠죠. 행복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전라남도 순천의 아침 공기는 다소 습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온도계는 영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훈련하기에 적당하다.

1월초 안방인 서귀포에서 1차 훈련을 마친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순천 팔마종합운동장에서 17일부터 제2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순천에서는 처음이지만, 훈련장 컨디션이나 날씨 등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는 최근 몇 년간 극적인 반전드라마를 쓴 팀이다. 2부 리그로 떨어진 첫 해, 2020년 곧바로 K리그2 우승으로 승격에 성공하더니 승격 첫 시즌인 지난해에는 4위까지 차지했다. '한 끝 차이'로 아쉽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출전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명가재건의 희망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K리그 최고의 승격전문가' 남기일 감독(48)이다. 2부리그로 떨어진 제주에 부임하자마자 다이렉트 승격을 이끌더니, 곧바로 K리그1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축구계가 인정하는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입증된 장면.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 감독은 여전히 고민에 잠겨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늘 고민을 하고 사는 감독"이라고 칭했다. 남 감독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팀에 대한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선수와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하나는 바로 '이미지 변신'이다. '엄격하고,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독불장군'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이제는 바꾸고 싶어했다. 그는 "이제는 당연히 변하려고 한다. 기업의 이미지가 '행복'인데, 나 역시 행복을 추구하고 싶다. 선수와 구단, 팬들의 행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남 감독과의 일문일답.


-순천 2차 전지훈련이 일주일 진행됐다. 목표와 성과는.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순천에 왔다. 연습경기들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려 한다. 스리백, 포백 등 다양한 전술훈련도 이뤄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상대팀에 맞춰 유기적으로 전술을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한 두개 보다 서 너 개의 전술을 잘 만들어서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은 무엇인가.

내가 항상 말하는 부분인데, '찬스를 많이 만드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 진영에 늘 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전방 압박을 통해 찬스를 만들 수 있고, 상대 실수도 이끌어낼 수 있다. 늘 우리가 점유율을 유지하는 형태로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찬스에 비해 골은 많이 넣지 못했는데.

맞다. 기복이 있는 플레이를 해서 골이 적었다. 순위도 엄청 요동쳤다. 초반 3위에서 9위, 10위까지도 떨어졌다가 올라왔다. 이유는 아무래도 2부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에게 기복이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꾸준하게 우상향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 계속 좋은 순위에서 꾸준히 올라갈 수 있도록 팀을 만들 생각이다.

-제주 훈련 당시 '전북·울산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양강에 대한 도전의지를 밝혔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전북이나 울산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은 아닌 것 같고, 계속 훈련하면서 개막 이후에도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구단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여건과 환경, 선수가 있다. 계속해서 만들어가려고 한다.

-대표적인 '승격전문가'라는 이미지와 함께 '불통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속칭 '젊은 꼰대'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나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소통이 전혀 안된다면 팀을 여기까지 이끌 수 있었을까.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미지가 딱딱하고, 소통이 부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선수단 내부적으로는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나 나 또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가 만 39세 때였다. 어린 나이에 팀을 이끌어야 하다보니 강한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단 모기업 이미지가 '행복'이다. 이제는 선수들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다. 그전에는 강한 이미지를 갖다 보니까 팬이나 미디어가 다가서기 어려웠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싶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한다.

-스스로를 어떤 감독이라고 부르고 싶나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글쎄 나는 그저 팀을 어떻게 잘 만들고, 선수들을 위한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를 늘 고민하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다. 늘 항상 고민하는 감독이 아닐까.


순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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