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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특급 수비형MF'로 변신한 백승호-손준호, 그 뒤에는 김상식 감독이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1-25 10:23 | 최종수정 2022-01-26 06:0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근 벤투호의 터키 전지훈련 최고 히트상품은 백승호(25·전북 현대)였다. 백승호는 아이슬란드-몰도바와의 친선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두 골을 기록했다. 날카로운 공격 센스는 물론, 강력한 중거리슛까지 선보이며 한국 축구 A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눈여겨 볼 것은 수비 포지셔닝이었다. 적절한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포백을 보호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는 국제무대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백승호에 앞서 중국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 손준호(30·산둥 타이산)다. 2020년 K리그 MVP 출신의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했고,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맨유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를 보좌한 손준호는 공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며 올 시즌 산둥의 정규리그, FA컵 '더블(2관왕)'을 이끌었다.

백승호와 손준호의 공통 분모가 있다. 전북, 그리고 김상식 감독이다. 사실 백승호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탁월한 센스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백승호는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다. 손준호도 축구계에서 말하는 8번 유형, '박투박(박스투박스 미드필더,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쉼없이 오가는 미드필더)'이었다. 둘은 전북에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 변신 뒤에는 '식사마' 김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수비면 수비, 빌드업이면 빌드업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거친 몸싸움을 바탕으로 상대 에이스들을 꽁꽁 묶었고, 후방에서 정교한 킥으로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김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손준호와 백승호였다. 김 감독은 "사실 준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성할 자질이 있었다. 2020년 당시 신형민이 중국으로 간다고 할 때, 구단에서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하려고 했다. 내가 준호를 시키면 된다, 그럴 능력이 있다고 설득했다. 승호는 워낙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내려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쪽에 기용했는데, 사실 내 기대보다 더 잘했다"고 했다.

김 감독이 두 선수에게 강조한 비법은 '절제'였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똑같이 한 이야기가 '항상 수비 7, 공격 3이라는 마음으로 뛰어라'였다"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은 오른쪽 윙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당시 천안 일화(성남FC 전신) 소속이었던 김 감독은 김학범 당시 수석코치의 조언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공격적인 선수가 수비형으로 변신한만큼, 손준호와 백승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절제에 대한 부분을 1번으로 강조했다. 김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역습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공격할 때도 뒤를 어떻게 커버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수비적 마인드를 주입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고 했다.

그 다음은 세부 기술이었다. 김 감독은 '싸움의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둘 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요소요소 국지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전해줬다. 크로스 타이밍 때 어디에 볼이 떨어지고, 어느 위치를 커버해야 하는지, 센터백이 끌려 나올 때 뒷공간을 어떻게 커버해야 하는지, 굳이 상대 공격수와 1대1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어떻게 괴롭히면 상대 흐름이 끊길 수 있는지, 세밀한 부분을 가르쳤다"고 했다. 이어 "승호의 경우 워낙 이해가 빨랐다. 사실 1대1 수비가 능한 편은 아니다. 상대 윙포워드가 치고 달리면 한번에 속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돌파를 당하더라도 무조건 쫓아가고, 한쪽 방향으로 모는 것에 대한 훈련을 반복했다. 준호도 워낙 적극성이 있는 친구라 금방 따라갔다"고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이 몸에 익자, 마지막으로 특징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승호의 장점은 역시 공격 재능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살리는 전술을 짰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하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 선수 마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잘 안 된다. 그러면 승호가 프리한 상태에서 공격작업을 펼칠 수 있다. 중거리슛도 때릴 수 있고. 이 부분이 후반기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팀에서도 승호가 득점을 한 장면을 보면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디테일한 지도 속 두 명의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탄생했다. 김 감독은 "준호가 (나에게) 참 고마워한다. 연락도 자주해오고, 승호와는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내 이심전심이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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