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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급한 울산, '대구 2군 신화' 박한빈의 극장골에 울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9-28 09:22



'1997년생 대구 미드필더' 박한빈이 갈길 바쁜 선두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울산 현대가 27일 오후 4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3라운드 대구FC 원정에서 '영건' 박한빈에게 1골 1도움을 내주며 2대2로 비겼다. 선두 울산과 2위 전북의 승점차가 없어졌다. 두 팀의 승점은 51점으로 같다.

파이널A 첫 경기 대구전은 예상했던 대로 전쟁이었다. 1위 울산(승점 50)은 2위 전북(승점 48)에 '승점 2점차' 선두를 지키기 위해 승점 3점이 절실했다. 5위로 시도민 구단 최초 2년 연속 파이널A 진입에 성공한 대구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었다.

울산은 올시즌 대구와의 2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했다. 울산은 리그 역대 전적에서 대구에 25승11무6패의 절대우위지만 2018년 이후 세징야를 앞세운 빠르고 강한 대구의 역습에 번번이 고전했다.

이날 울산은 경미한 부상이 있는 베테랑 이청용, 박주호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22경기 24골'에 빛나는 득점왕 주니오가 원톱에 섰고, 22세 이하(U-22) 영건 설영우가 광복절 '동해안더비' 부상 이후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다.

대구는 세징야와 데얀을 투톱으로 내세웠다. 2주전 울산 원정에서 시즌 첫 경기에 나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세징야의 페널티킥 동점골을 이끌어냈던 '영건' 박한빈이 또다시 선발로 '캐스팅'됐다.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주중 FA컵 준결승전을 치른 울산의 체력 부담을 의식한 듯, 대구는 전반 시작부터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전반 6분 세징야의 슈팅을 조현우가 쳐냈다. 전반 8분 데얀의 날선 크로스를 울산 센터백 정승현이 끊어냈다.

전반 21분만에 대구의 집요한 공격이 결실을 맺었다. 데얀으로부터 시작된 박한빈의 패스를 이어받은 세징야의 원더골(시즌 15호골)이 터졌다.


'절친' 세징야의 선제골에 '골무원' 주니오도 골로 응수했다. 전반 27분, 김태환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박스안에서 3명의 수비수를 뚫어내며 보란듯이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25호골에 힘입어 전반을 1-1로 마쳤다.

빠른 템포, 일진일퇴 공방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5분, '울산의 투사'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박스 중앙으로 거침없이 밀고 올라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시즌 첫 골, 절체절명의 순간 나온 역전골이었다.

1-2로 밀리는 상황, 대구는 라인을 바짝 끌어올리고, 공격에 올인했다. 후반 16분 울산은 주니오를 빼고 비욘 존슨을, 후반 17분엔 설영우를 빼고 이동경을 투입했다. 후반 23분, 세징야가 단독 쇄도하자 조현우가 각을 좁히고 나오며 막아냈다. 대구는 후반 29분 신창무 대신 이진현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42분 울산은 후반 교체된 이동경을 다시 빼고 센터백 김기희를 투입했다. 남은 5분여의 시간, 수비를 두텁게 해 대구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심산이었다. 그러나 대구의 뜨거운 집념, 슈팅 15개의 파상공세는 결국 추가시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한때 신갈고 주장으로 승승장구했지만, 프로 무대에선 남모를 시련을 겪었던 '축구청춘' 박한빈이 극장골을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엎치락 뒤치락' 90분 드라마는 2대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같은 시각 전북이 상주를 1대0으로 잡으면서 1위 울산과 2위 전북의 승점은 51점으로 같아졌다. 울산이 47골로 다득점에서 39골의 전북을 누르고 그야말로 살얼음판 1위를 수성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죄송하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에 판단이 잘못돼서 비겼다"고 했다. "후반에 좀더 소유하면서 공격적인 부분을 해야 했다. 결과가 안좋아서 아쉽디"고 했다.

한편 1골 1도움과 함께 생애 첫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박한빈은 '울산 킬러'라는 단어에 반색했다. "올시즌 체코 임대를 다녀와서 2군 생활하다가 처음 경기에 나선 게 12일 울산 원정이었다. 큰 기회였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다"고 했다. "오늘 두 번째 울산전에서 골을 넣은 후 너무 행복했다.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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