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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상대로 만나는 건 상상해본 적 없다."(울산 현대 이청용) "(이)청용이를 K리그에서 만나게 되면 기분이 묘할 것같다."(FC서울 기성용)
전반: 이청용 친정에 비수, 세리머니는 없었다
운명의 '쌍용 더비'를 앞두고, 절친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반갑게 안부를 묻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휘슬과 함께 양보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울산의 이청용은 선발로, 서울의 기성용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선두 울산에게 지난 8경기(1무7패)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한 4경기 무패의 서울이 거세게 맞섰다. 0-0, 팽팽하던 흐름을 깬 건 다름아닌 이청용이었다.
'서울 출신 울산 에이스'가 된 고명진, 김태환의 활약도 발군이었다. 김태환의 날선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고명진이 박스로 쇄도하던 중 서울 수비수 김남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페널티킥(PK) 판독 VAR 끝에 고명진의 오프사이드가 판명됐다. 울산은 전반 41분 '골무원' 주니오까지 출근도장을 찍었다. 고명진의 코너킥 직후 문전으로 달려든 주니오가 골망 윗부분을 흔들었다. 18경기에서 21호골, 2경기 연속골, 득점 1위 레이스를 이어갔다. 서울은 주니오를 저지하던 센터백 황현수가 부상으로 물러나는 악재속에 세트피스로만 2골을 내주며 전반을 0-2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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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도 이청용은 중앙과 좌우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후반 11분 이청용의 분투는 눈부셨다. 빠르게 중원을 허물며 내달려 '영건; 이동경에게 볼을 연결했다. 이동경의 슈팅이 수비에 막히자 엔드라인까지 달려가 기어코 볼을 살려냈다. 사이드라인의 기성용이 몸을 풀며 절친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후반 20분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이 마침내 '기성용 카드'를 빼들었다. 'FC서울 8번' 기성용이 돌아왔다. 2009년 11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 이후 무려 3935일만에 K리그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팬들이 고대하던 '쌍용 매치'가 성사됐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각각 크리스털 팰리스와 스완지 시티 소속으로 맞대결을 펼친 이후 5년만에 K리그 무대에서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 시작됐다.
중원에서 기성용은 울산 캡틴 신진호와 치열하게 충돌했다. 베테랑의 가세 후 윤주태, 한승규 등서울의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30분 기성용표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가 작렬했다. 오른쪽 측면 윤주태의 발밑에 떨어진 볼은 한승규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 후반 추가시간 이청용 대신 교체투입된 정훈성의 '마수걸이' 쐐기골까지 터지며 울산이 3대0으로 완승했다. 이날 강원과 1대2로 비긴 2위 전북(승점 41)을 승점 4점 차로 밀어내고, 리그 선두(승점 45)를 지켜냈다.
첫 '쌍용더비'의 승자는 이청용. 그러나 우정엔 승패가 없었다. 치열한 축구전쟁 후 기성용과 이청용, 고명진은 서로를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11년만의 더비를 자축했다. 오래 전 그날처럼,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고명진, 고요한이 다함께 카메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청용은 훈훈한 '인증샷' 마무리에 대해 "가장 친한 선수들이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특별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이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마음이다. 또 언제 만날지 몰라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나와 (고)명진이형이 요청했다. 서울 선수들이 경기를 졌음에도 흔쾌히 찍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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