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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팬들의 몫" '욕받이 96라인'황인범X김민재의 성장과 해피엔딩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12-19 08:41


EAFF E-1챔피언십 MVP 황인범, 베스트 수비상 김민재

[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96라인'끼리 서로 뭐라고도 하고 서로 칭찬도 하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8일 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꺾고 3연패 위업을 달성한 후 '96라인' 김민재는 이렇게 말했다.

1996년생, 23살의 선수들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벤투호의 경험 많은 '젊은 피'다. 2018년 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구자철, 기성용 등 '89라인'이 대표팀을 떠났고,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의 '92라인'이 어느새 주장, 고참 역할을 하게 됐다. 이강인 백승호 등 어린 선수들이 대거 벤투호에 합류하면서 '96라인'은 팀의 허리가 됐다.

'92라인' 유럽파들이 오지 못한 동아시안컵에서 파울로 벤투 감독이 믿고 쓰는 황인범, 김민재, 나상호 등 소위 '96라인'은 당당한 주전이자 벤투호의 중심이었다. 벤투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변화가 있는 와중에 우리 팀의 축이 유지된 채 이번 대회를 치르는 것이 중요했다. 보름동안 다른 선수들과 다른 팀을 만드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핵심이 되는 축이 잘 유지가 된 채 변화가 됐다"고 했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라인에 각각 한 명씩 포진된 '96라인'은 벤투 감독이 말한 '핵심이 되는 축'이었다.

실수, 패배할 때마다 패들의 원색적인 비난과 악플이 쏟아지는 '욕받이' 대표팀에서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강하게 살아남았다. 김민재는 올해 전북 현대를 떠나 베이징 궈안을 선택하면서 '중국화' 논란 등 팬들의 공연한 비난에 휩싸였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며 매경기 중용된 황인범은 중원에서 패스미스 등 실수로 인해 '저 선수 빼라'는 식의 혹독한 악플에 시달렸다.

하지만 일찌감치 프로의 무대에 뛰어든 이들의 프로정신은 확고했다. 바깥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축구, 대표팀의 축구에 더욱 집중했다. 유럽파 선배들이 올 수 없는 동아시안컵을 분명한 책임감과 오롯한 자신감으로 준비했다.

1996라인 절친들이 동아시안컵의 우승 주역이 됐다. 황인범은 한일전 결승골로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했고, 김민재는 최고 수비수상을 받았다. 한때 뜨거운 칭찬도 받았고 한때 혹독한 악플에도 시달리며 동병상련했던 동료들이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개인훈련을 열심히 했다. 스스로 나태하고 포기하는 모습 보이면. 정말 도태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더 노력하고 더 땀 흘리면서, 스스로 핑계 만들지 말자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했다. '통곡의 벽' 김민재는 "저희 96라인들은 정말 가깝다. 경기가 안되고 실수 한게 있으면 서로 뭐라고도 하고 칭찬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다"고 털어놨다. "우리 모두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팬들이 있어야 존재하는 프로의 숙명, 뜨겁게 사랑받고 매몰차게 비난받는 대표팀 선수로서의 멘탈은 인상적이었다. 황인범은 "보여주는 건 제 몫이고. 평가하는 건 팬들의 몫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통해서 '비난이 줄겠구나, 칭찬해주겠구나' 하는 생갭다는 '이제 한 경기 치렀고. 축구인생에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하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1년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쉬운 경기도 많았다. 이제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매경기 배울 것도 많고 고칠 것도 많았다. 이런 대회가 끝나면 많이 배운 사람도 있고 허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는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 저는 만족한다"고 2019년을 돌아봤다

다사다난했던 1년이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탁월함은 모든 차별과 편견을 이긴다(Excellence excels all discriminations)'.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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