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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외축구'다.
호날두의 내한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해외축구 붐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사건이자, 현상이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 그리고 경기 후 그토록 실망이 컸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죽기 전에 호날두를 또 볼 수 있을까요"라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던 팬들의 환호는 분노를 넘어 증오로 바뀌었다. 탈세 소식에도, 강간 혐의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우리형'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졌다.
지독한 짝사랑이었다. 이역만리에서 아무리 '메호대전(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낫나)'으로 핏대를 세우고, 밤 새워 응원을 한들, 호날두에게 우리는 아무 의미도 아니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확실히 알게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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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우리를 외면하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20명의 K리거들은 치열하게 뛰었다. 오스마르(FC서울)의 중거리포는 예술이었고, 세징야(대구FC)의 세리머니는 환상적이었다. 수천 억에 호가하는 유벤투스 선수들의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냈지만,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도 그에 못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선수들을 매주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 사인도 받을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호날두만큼 볼을 잘 차지는 않지만, 호날두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나만의 팀, 나만의 스타를 K리그에선 직접 만날 수 있다.
호날두를 보여주러 함께 경기장에 간 아들이 "아빠, 세징야 멋있다. 어디서 뛰는 선수야?"라고 물었다는 어느 해외축구 팬의 고백은 그래서 의미 있다. 우리의 호날두는 세징야고, 우리의 디발라는 타가트(수원 삼성)다. 우리의 부폰은 조현우(대구FC)고, 우리의 퍄니치는 오스마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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