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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격기' 제리치, 전북 아닌 경남행 확정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7-10 09:12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소양강 폭격기' 제리치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전북이 아닌 경남 유니폼을 입는다.

9일 복수의 국내 에이전트들은 "경남이 강원과 제리치 영입에 합의했다.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은 제리치를 보내는 대신 이영재와 현금을 받기로 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 신화를 썼던 경남은 올 시즌 위기를 맞고 있다. 야심차게 나섰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한데 이어 리그에서도 10위로 추락했다. 마지막 보루였던 FA컵 마저 탈락했다.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올 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선수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미드필더 조던 머치가 향수병과 적응 실패로 계약을 해지했다.

경남은 즉각 대체자를 찾아나섰다. 선택은 제리치였다.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부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룩과 투톱을 이룰 짝을 찾았고, 제리치가 물망에 올랐다. 제리치는 올 시즌 강원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김병수식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14경기 출전, 4골에 그쳤다. 하지만 제리치는 득점력 만큼은 검증을 마쳤다. 지난 시즌 중국으로 떠난 말컹과 득점왕 경쟁을 펼치며 24골이나 넣었다. 제리치는 봄부터 K리그1 클럽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았다. 제주, 포항, 수원 등이 관심을 가졌다.

경남은 지난 주 제리치와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다. 구단간 협상도 마무리됐다. 별탈 없이 끝날 것 같던 제리치의 경남행에 갑작스런 변수가 생겼다. 전북의 김신욱이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선화로 이적했다. 전북은 부랴부랴 대체자 찾기에 나섰다. 김신욱은 올 시즌 9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전북에 좋은 공격수가 많지만 김신욱의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는 없었다. 울산, 서울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전북 입장에서는 김신욱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중요했다.

전북의 답은 외국인 선수였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이 가이드 라인을 공개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8일 성남전을 앞두고 "김신욱보다 더 잘하는 선수. 김신욱 정도의 레벨이 되는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팬심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포워드 중에는 생각하는 선수가 없다. 해외로 눈 돌리고 있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구단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전북은 아드리아노를 정리하고 외국인 쿼터를 비워뒀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거론되던 가운데, 8일 분위기가 급변했다. K리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북 내부에서 대체자 찾기에 속도를 올리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검증이 되지 않은 해외리그 선수 대신 검증된 K리거로 눈길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K리그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제리치, 무고사(인천), 펠리페(광주)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강등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천은 '주포' 무고사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펠리페는 최근 광주와 재계약을 했다. 광주는 승격을 노리는 만큼 펠리페를 팔지 않기로 했다.

전북은 제리치에 올인했다. 1m93-92㎏ 건장한 체격의 제리치는 높이나 득점력 면에서 김신욱의 대체자로 손색이 없다. 전북이 하이재킹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전북이 끼어들며 당황한 경남은 관계자를 춘천에 급파해 제리치 설득에 나섰다. 당초 9일 낮 경남 이적이 확정되는 듯 했지만, 이미 경남이라는 카드를 손에 쥔 강원은 판을 더 키우길 원했다.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고, 전북의 오퍼를 기다렸다. 숨가빴던 영입전은 결국 경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전북은 현금을 고수했고, 강원은 이주용+현금을 원했다. 이주용의 기량을 높이 평가한 모라이스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전북은 제리치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까맣게 속이 타들어가던 경남도 그제서야 웃었다.


경남은 제리치를 잡으며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제리치-룩이라는 특급 투톱을 이루게 됐다. 이들은 높이와 기술, 마무리 능력에서 K리그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쿠니모토가 부상에서 돌아오고, 네게바가 떠난 자리에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를 더할 경우 엄청난 공격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수비만 받춰준다면 경남은 후반기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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