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득점 무효부터 박주영 강단까지, 슈퍼매치 마지막 25분 재구성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5-06 06:00


서울 공격수 박주영이 5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슈퍼매치를 무승부로 만든 박주영(FC 서울)의 버저비터 페널티는 얻어걸린 게 아니다.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양 팀의 시즌 첫 슈퍼매치 후반 11분께 서울 출신 수원 공격수 데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26분 코너킥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다시 서울 쪽으로 가져왔다. 박주영의 코너킥이 황현수의 발에 맞고 문전 방향으로 흘렀다. 이를 코너킥 직전에 교체투입된 공격수 윤주태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무효처리되기 전, 서울 선수들은 '빅버드' 위에서 골 세리머니를 즐겼다. 윤주태는 홈 관중석을 향해 다섯손가락을 펼쳤다. 윤주태는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 11월에 있었던) (차)두리형 은퇴식 때 손가락으로 숫자 5를 가리킨 것을 또 해봤다.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아쉬웠다. 한 발 차이였더라"고 했다.

수원의 리드가 계속 이어졌다. 쫓기는 입장. 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달 28일 전주에서 열린 선두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처럼. 그날 전반 32분 핵심 미드필더 알리바예프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고, 44분 이승기에서 선제실점했다. 남은 65분을 10대11로 싸웠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서울 최용수 감독은 공격수 조영욱과 박동진을 투입했다. 후반 43분 페시치가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추가시간 6분 한승규에게 결국 1대2로 패했지만, 서울의 집념과 시도는 큰 박수를 받았다. 전주보단 수원 상황이 나았다. 머릿수가 똑같았다. 선제실점했다는 것만 비슷했다. 서울은 VAR 판독 이후 수원을 더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윤주태는 "그 장면으로 팀 분위기가 오르고, 화이팅할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수원을 계속해서 몰아붙이던 서울은 정규시간 이후인 추가시간 1분 페널티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박주영이 등장한다. 고광민의 대각 크로스를 가슴으로 잡아 달려가던 박주영이 수원 미드필더 김종우의 다리에 걸려넘어졌다고 VAR을 확인한 주심이 최종 판정했다. 키커는 박주영. 최 감독은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박주영이 왼쪽 하단을 노리고 찬 공을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선방했다. 전반에도 결정적인 선방을 했던 노동건이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남을 것처럼 같았다. 윤주태는 "솔직히 (박)주영이형이 실축할 줄 몰랐다. 워낙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대부분 성공했다"며 "하지만 실축을 했고, 크게 아쉬워하는 주영이형을 저와 (고)요한이형이 일으켜 세웠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용수 감독님도 늘 끝까지 해보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영리한 플레이로 페널티를 얻어낸 서울 고요한. 수원=최문영 기자

실점 후 아쉬워하는 수원 골키퍼 노동건. 수원=최문영 기자
6분 뒤인 추가시간 7분, 또다시 페널티를 얻었다. 페널티 아크 부근 프리킥 상황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슈팅 기회였지만, 박주영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하지 않고 수비벽 맨 좌측에 대기하던 고요한을 향해 땅볼 패스를 찔렀다. 약속된 플레이로 보였다. 골라인 방향으로 뒷걸음치며 공을 잡은 고요한은 골문을 비우고 달려 나온 노동건을 보고 영리하게 공의 방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노동건이 길게 뻗은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전반 초반 홍철의 급소 가격 파울 장면을 포함해 이날만 세 차례 VAR을 확인한 주심은 이번엔 바로 페널티 포인트를 가리켰다. 영상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파울이라는 판정. 서울 벤치에선 '윤주태가 차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앞서 실축한 박주영이 공을 세워두고 킥 할 준비를 했다. 윤주태는 "감독님이 (키커로)저를 지목해 내가 공을 들고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영이형이 다시 차겠다고 해서 믿고 공을 줬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최 감독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주영은 강단 있게 첫 번째 킥과 같은 코스로 공을 강하게 때렸다. "내가 잘 차는 방향으로 차고 싶었다"고 했. 고려대 6년 후배인 노동건과의 자존심 대결로 볼 여지도 있었다. 윤주태는 "나는 그 방향으로 찰 줄 알았다. '이번에도 어디 한 번 막아봐라' 식으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였다"며 웃었다. 그는 "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은 주영이형을 믿었다"고 했다. 박주영은 믿음에 부응했다. 발을 떠난 공은 골망을 출렁였다. 서울 선수들은 포효했고, 세리머니가 잦아들 때 즈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책임감 있는 친구" 박주영을 비롯해 "끝까지 득점 욕심을 낸" 선수들을 칭찬했고, 라커룸에선 '시즌은 길다. 이런 경기도 해봐야 한다. 승점을 따낸 것은 긍정적'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울은 이날 무승부를 통해 수원전 리그 14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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