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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함 잠시 내려놓은 윤덕여 감독, 女아시안컵에 모든 것 걸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3-21 05:20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은 덕장(德將)이다.

학자 같은 풍모 뿐만이 아니다.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거듭해온 여자 축구를 온화한 인품으로 이끌어왔다. 지소연(27·첼시 레이디스) 이민아(27·고베 아이낙) 등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고 한채린(22·현대제철) 손화연(21·창녕WFC) 등 신예들을 꾸준히 발굴하며 세대 교체를 이끌어왔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신사다움을 잃지 않는다. 이런 인품 탓인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펼쳐진 여자동아시안컵에서는 3경기를 치르는 동안 기자회견 마다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윤 감독은 지난 15일부터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을 준비 중이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목소리엔 굵직한 힘이 들어가 있었고 2시간 가량 길게 소화하는 훈련 역시 치열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윤 감독의 동기생인 김학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이날 파주에서 소집 첫 훈련을 실시한 뒤 훈련 중이던 여자 대표팀을 찾았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 정도다.

요르단 여자 아시안컵은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하는 대회다. 1위부터 5위까지 5팀에게 프랑스행 티켓이 주어진다. 지난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한국 여자 축구는 프랑스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첫 관문인 아시안컵의 벽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4월 평양 원정에서 북한을 제쳤지만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호주, 일본과 맞닥뜨렸다. 조 2위까지 8강행 티켓이 주어지는 여자아시안컵의 룰을 따져보면 프랑스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캐나다 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뒤 3년 간 이를 갈았던 윤 감독의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대진 뿐만 아니라 대회 개최지인 요르단의 생소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윤 감독은 "지난해 동아시안컵이나 올해 알가르베컵에선 선수들의 컨디션 등 여건이 되지 못했다"며 "피지컬 훈련을 겸해 고강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의 몸상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은 종교적 색체가 강한 분위기고 시차도 크다. 환경, 문화에 미리 대비할 생각"이라며 "29일에 중동에 들어가는데 출발을 앞두고 심리적인 부분도 트레이닝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까다로운 조편성,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윤 감독은 "자신감은 훈련을 통해 올라올 수 있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아시안컵 본선까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왔다.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발휘되는 한국 여성 특유의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덕여호는 파주에서 남자 고교팀과 한 차례 연습경기를 거쳐 오는 29일 결전지인 요르단 암만에 입성한다. 이후 4월 7일 열릴 호주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대비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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