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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블리의 왕' 손흥민, 웸블리에서 강한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14 10:56 | 최종수정 2018-01-14 18:59


ⓒAFPBBNews = News1

이쯤되면 '웸블리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이 또 한번 웸블리에서 날았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에서 전반 26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세르쥬 오리에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시즌 11호골이자 리그 8호골. 후반 2분 해리 케인의 골을 도운 손흥민은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4대0 완승을 이끌었다. 당연히 경기 최고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이날 득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에버턴전 골로 EPL 홈 5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스토크시티전을 시작으로, 브라이턴, 사우샘프턴, 웨스트햄에 이어 에버턴까지 최근 5번의 홈경기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했다. 토트넘 선수 가운데 리그 홈 5경기 연속골 기록은 2004년 저메인 데포가 마지막이었다. 손흥민은 14년만에 기록을 새로 썼다. '토트넘의 왕' 해리 케인조차 세우지 못한 기록이다.

사실 토트넘과 웸블리의 궁합은 썩 좋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FA컵, 리그컵 등 국내 리그는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유럽 대항전은 웸블리에서 소화했다.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무려 21승2무를 거둔 반면, 웸블리에서 1승1무3패에 그쳤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1승2무1패로, 또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웸블리 징크스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준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최근 10경기 무패행진(8승2무)을 비롯, 올 시즌 웸블리에서 12승4무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부상이 있기는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웸블리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주로 4-2-3-1 카드를 구사한다. 웸블리의 넓은 경기장을 고려한 선택이다. 토트넘이 웸블리에서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규격이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이 100mX67m인 반면 웸블리는 105mX69m에 달한다. 8%나 더 크다. 전방위 압박을 강조하는 포체티노식 축구에서 이 규격의 차이는 생갭다 컸다. 경기당 무려 545평방미터를 더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해법은 4선으로 나눠 밸런스를 강조하는 4-2-3-1 이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포함해 허리진에 5명을 두면서 넓은 경기장을 적절하게 커버했다. 공격쪽에서는 넓은 경기장을 활용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결론적으로 손흥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가장 익숙한 4-2-3-1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한 손흥민은 물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녔다. 최근 들어 연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다른 능력을 뽐내고 있지만,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폭발적인 스피드다. 공간이 넓을수록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스피드를 활용한 순간적 움직임으로 압박을 벗겨내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시간을 넓어진 공간이 만들어준 셈이다.

체력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올 시즌 최상의 몸상태를 과시하고 있다. 잔부상도 없고, 경기 소화시간도 길다. 큰 경기장에서는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고의 몸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큰 경기장이 더 이득이다. 지난 시즌 펄펄 날았던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손흥민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웸블리의 넓은 경기장은 손흥민에게 최적의 무대를 만들어줬다. '아스널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MOTD)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은 어디에나 있다(He is everywhere)" 손흥민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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