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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웸블리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실 토트넘과 웸블리의 궁합은 썩 좋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FA컵, 리그컵 등 국내 리그는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유럽 대항전은 웸블리에서 소화했다.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무려 21승2무를 거둔 반면, 웸블리에서 1승1무3패에 그쳤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1승2무1패로, 또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웸블리 징크스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준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최근 10경기 무패행진(8승2무)을 비롯, 올 시즌 웸블리에서 12승4무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부상이 있기는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웸블리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주로 4-2-3-1 카드를 구사한다. 웸블리의 넓은 경기장을 고려한 선택이다. 토트넘이 웸블리에서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규격이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이 100mX67m인 반면 웸블리는 105mX69m에 달한다. 8%나 더 크다. 전방위 압박을 강조하는 포체티노식 축구에서 이 규격의 차이는 생갭다 컸다. 경기당 무려 545평방미터를 더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올 시즌 최상의 몸상태를 과시하고 있다. 잔부상도 없고, 경기 소화시간도 길다. 큰 경기장에서는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고의 몸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큰 경기장이 더 이득이다. 지난 시즌 펄펄 날았던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손흥민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웸블리의 넓은 경기장은 손흥민에게 최적의 무대를 만들어줬다. '아스널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MOTD)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은 어디에나 있다(He is everywhere)" 손흥민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