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가는 길'의 마지막 주인공은 '잉카군단' 페루였다.
페루는 16일(한국시각) 수도 리마의 나시오날스타디움에서 가진 뉴질랜드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오세아니아-남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대0으로 이겼다. 앞선 원정 1차전에서 뉴질랜드와 득점없이 비겼던 페루는 이날 승리로 종합전적 1승1무로 한 장 남은 본선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페루가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은 지난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이날을 끝으로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설 32팀이 모두 가려졌다. 대륙별 예선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고 희비도 극명히 엇갈렸다.
아시아, 이변은 없었다
4.5장의 티켓을 배정 받은 아시아에선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 본선에 직행했다. 0.5장을 쥔 호주가 북중미-카리브해의 온두라스를 누르고 본선에 오르면서 총 5팀이 러시아로 가게 됐다.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물이다. 호주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된 2007년 이후 10년간 이어져 온 '4강 체제'가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002년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사우디는 네덜란드 출신이자 한때 A대표팀 사령탑 후보였던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을 데려와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12년 만에 다시 본선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한국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최종예선 부진으로 한때 탈락 위기까지 몰릴 정도였다.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가장 어려운 최종예선을 거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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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이탈리아가 없는 유럽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본선행 실패에 세계가 경악했다.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60년 만에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브라질(5회)에 이어 독일(4회)과 함께 월드컵 최다 우승 2위의 기록을 가진 것 뿐만 아니라 '빗장수비'로 대변되는 이탈리아의 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예선 G조에서 스페인과 한조에 묶일 때만 해도 조 수위 싸움을 벌이거나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본선에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낙승이 예상됐던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결국 안방에서 탈락의 쓴맛을 보기에 이르렀다. 또다른 희생양인 네덜란드는 유로2016 예선 탈락 속에 반전을 도모했으나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리빌딩 실패가 이어지면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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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부활과 칠레의 몰락
'미네이랑 참사' 3년 만에 브라질은 다시금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섰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팀의 기둥으로 완전히 거듭났고 치치 감독의 리더십까지 더해지면서 예선 내내 막강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라이벌 아르헨티나는 한때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최종전에서 신들린 활약을 펼치면서 극적으로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2014년 브라질 대회 8강팀 콜롬비아와 2010년 남아공 대회 4강팀 우루과이도 러시아에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반면 2015~2016년 코파아메리카 2연패를 달성하며 남미 최강으로 거듭난 칠레는 안방에서 브라질에게 예선에서의 유일한 패배를 안겼으나 원정 9경기서 단 2승(1무6패)에 그치는 부진 속에 결국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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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이동한 아프리카 축구의 중심축
지난 20년 간 아프리카 축구의 중심은 중부였다. '불굴의 사자' 카메룬(1990년 이탈리아·8강),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1994년 미국·16강),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2002년 한-일·8강), '블랙스타' 가나(2006년 독일·16강, 2010년 남아공·8강)가 주도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번 예선에서는 5장의 티켓 중 3장을 북아프리카팀인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가 가져갔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이 나머지 두 자리를 가져가면서 체면을 차렸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팀은 역시 이집트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다시 본선에 나선다. 네이션스컵 최다 우승(7회)을 이룬 아프리카 맹주다운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 만에 본선에 돌아온 모로코의 활약상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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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몰락한 북중미, TV만 봐야 할 오세아니아
멕시코와 북중미 양대산맥 노릇을 하던 미국은 최종예선 내내 부진한 끝에 결국 본선행 실패라는 멍에를 썼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7회 연속 본선행을 이뤘으나 세대교체 실패가 독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2002년 한-일 대회 8강을 이끌었던 백전노장 브루스 어리나 감독까지 불러왔으나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엔 무리였다.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미국의 경기 결과를 애타게 기다렸던 파나마는 사상 첫 본선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0.5장이 걸린 오세나이나 예선 우승팀인 뉴질랜드는 남미 5위 페루를 상대로 안방에서 선방했으나, 원정에서 전력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눈물을 흘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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